국내 기업들이 참여를 확정한 '나진ㆍ하산 물류 프로젝트'는 새로운 남북간 경제협력 모델로 주목받는다. 대북 신규투자를 금지한 5ㆍ24 제재 조치를 피하면서도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진ㆍ하산 프로젝트는 200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 합의 이후 2008년 7월 북한 철도성(지분 30%)과 러시아 철도공사(70%)의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가 설립되면서 본격화했다. 총 3억4,000만달러의 사업비를 들여 나진-하산 구간(54㎞)을 개보수하고 나진항을 현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철도 개보수 작업 및 나진항 3부두의 화물터미널 건설공사가 지난 7월과 9월 각각 완료됐고, 9월23일에는 철도 운행도 개시했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을 위한 전초 사업이란 점을 들어 참여를 결심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동아시아의 유럽발 화물을 철로를 통해 운송할 수 있고, 한국도 해상에만 의존해 왔던 물류 시스템을 개편해 운송 비용을 크게 줄이는 장점이 있다. TKR-TSR 연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나진ㆍ하산 물류 사업은 표면적으로 남ㆍ북ㆍ러 3각 협력 형태를 취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 등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 측이 이미 투자한 지분과 운영권을 인수하는 간접투자 방식이다. 13일 러시아 철도공사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포스코 측은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될 경우 북ㆍ중ㆍ러 접경에서 추진 중인 국제 물류기지 사업과의 연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투자 형태가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가 줄곧 견지해 온 대북제재 조치인 5ㆍ24 조치에 저촉되지 않느냐는 점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북한 지역 개발에 국내 기업의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예외적 투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5ㆍ24 조치는 남북 교류협력법에 근거한 행정 제재인 탓에 제재 범위가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며 "외국기업과의 합작 형태에 관한 제재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배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투자 기업들에도 이런 내용의 유권 해석을 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실상 대북투자에 대한 우회로를 열어둔 셈이어서 향후 5ㆍ24 조치의 완화 내지는 탄력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