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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14일] 코끼리 조련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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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14일] 코끼리 조련사의 노래

입력
2013.11.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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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의 어느 날, 한밤중에 TV를 보다가, 그것이 흑백TV였는지 아니면 막 출시된 컬러TV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스리랑카 코끼리 조련사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그 노랫말이 잊히지 않는다. "코끼리야 코끼리야 너 참 아름답구나, 그런데 사람은 왜 죽였니." 이상한 노랫말을 가진, 구슬프기 짝이 없는 노래를 부르며 조련사는 자신의 코끼리를 채찍 같은 걸로 끝없이 단속한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그 장면을 나는 이토록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것은, 그 노랫말이 가진 역설적인 아름다움과 채찍을 맞는 코끼리의 슬픈 몸짓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소름 끼치는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까지 했던 것 같다. 이 생각은 지금까지 끈질기게 내 의식에 따라붙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공포 혹은 증오 같은 감정과 연대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 그리고 어쩌면 아름다움은 친절을 넘어서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 오히려 친절을 넘어서는 곳에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움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예의는 어떤 면에서 매우 지루하고 친절은 가볍고 가벼운 것 아닌가. 아름다움은 그래서 외롭고 서러운 것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채찍을 맞으며 길들여지는 저 수많은 코끼리들처럼.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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