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자동차와 풍력발전기 부품을 생산하는 태정기공은 10년 가까이 머물렀던 경기 안산 시화공단을 떠나 충북 충주 산업단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주요 거래처 KPF가 이사하며 협력업체 12개 회사에 함께 가자 제안을 했고, 딱히 대안이 없다는 판단으로 태정기공도 충주행을 결정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꼬였다. 신현수 대표는 "공장 부지 처분이 늦어지면서 다른 회사들보다 2년 늦게 이사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투자 지원금 혜택 등을 받지 못하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태정은 매출 320억 원(2012년 기준)에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공급 업체로 11개 나라에 수출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사 이듬해 태정은 펑크 때 차체 들어 올리는 데 쓰는 잭을 GM과 5년 독점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리먼사태로 GM이 흔들리면서 함께 위기를 겪자 신 대표는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맘먹었다.
2010년 태정은 25개 이웃 기업들과 함께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의 미니클러스터에 참여했다. 산단공은 2005년부터 성장한계에 이른 재래식 공단의 위기돌파를 위해 산학연이 한 묶음이 되는 다양한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했다. 산단공 충북지사에 따르면 2007년 충주 지역 파스너(볼트, 너트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부품들) 분야 기업들의 매출 총액은 약 3,000억 원이었지만 클러스터 참여 2년 만인 2011년 1조원을 넘어설 만큼 성과가 나타났다.
신 대표는 "대기업 하나 없고 교통도 불편한 불모지 충주에서 이웃 회사들, 대학(한국교통대) 연구진과 클러스터라는 울타리로 똘똘 뭉친 결과"라며 "이웃 회사들 대부분 파스너회사들이라 부족한 부분, 필요한 기술 등도 공통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주 신 대표 등 8개 회사 관계자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중미 최대 파스너 전시회에 참가, 공동부스를 차렸다. 산단공 충북지사 송대구 간사는 "중소기업 혼자서는 참가할 엄두도 나지 않지만 한국대표단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부스를 차리니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클러스터 참가 기업들은 서로 공장도 찾아가 설비도 돌아보며 고충도 나눈다. 실제 2개 부품 생산라인 처분을 놓고 고민하던 한 기업은 마침 공장 부지 여유도 있고 기술도 있는 다른 이웃 회사에 라인을 통째로 넘겼다. 그 결과 라인을 받은 회사는 해마다 매출 수 십 억 원을 더 올리고 설비를 넘긴 회사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계속 공급 받을 수 있었다.
송대구 간사는 "현재 클러스터 차원에서 해외 풍력 발전기 시장 진입에 가장 큰 장벽으로 여겨지는 코팅표면처리 기술과 건설ㆍ산업용 마그네틱 볼트 개발 등을 진행 중"이라며 "코팅처리기술은 이르면 내년 국산화가 될 경우 생산 원가를 지금보다 3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주 파스너 기업들은 지난해 산단공이 새로 시작한 테마클러스터 사업에 지원한 전체 56개 과제 중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과제에 뽑혔다. 한국교통대 황준교수는 "다른 과제는 대부분 대기업 중심의 수직 구조지만 충주 파스너 클러스터는 중소기업들끼리 뭉쳐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창원, 반월ㆍ시화 등 다른 지역 파스너 기업과 연구 기관들도 참여하고 싶다고 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충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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