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첫 공판이 12일 열렸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최태원 수원지검 공안부장 등 8명이, 변호인단은 통진당 이정희 대표와 김칠준 변호사 등 16명이 총출동해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다.
33년 만에 열린 내란음모 재판은 예상대로 시작부터 뜨거웠다. 검찰은 이 의원 등이 이끈 RO(Revolution Organizationㆍ혁명조직)를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과 유사한 북한 추종 조직"으로 규정한 반면, 변호인단은 "조작된 RO 회합 녹취록을 토대로 대선개입 사건을 덮으려는 국가가정보원의 공작"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공소사실을 프리젠테이션 자료로 정리한 검찰은 1시간여에 걸친 공소장 낭독을 통해 "RO의 실체는 민혁당과 마찬가지로 한국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전복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대남 혁명을 하기 위한 비밀 조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북한의 군사도발 상황을 전쟁상황으로 인식, 비밀회합을 통해 물질적ㆍ기술적 준비의 일환으로 국가기간시설 타격 등을 협의했다"며 "조직원이 각자 준비하다가 총공격 명령에 따라 즉각 실행에 옮기는 방법으로 구체적인 내란을 음모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들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비상시국에 연대조직 구성',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 실시', '레이더기지 등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 등 전쟁대비 3가지 지침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국회의원과 정당ㆍ사회단체 간부들이 한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중대한 위협이 됐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도 방대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동원해 2시간여에 걸쳐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 반대 진술에 나선 이정희 대표는 "국정원은 내란음모 혐의의 핵심으로 파악한 지난 5월 합정동 RO 비밀모임 직후 녹취파일을 확보했음에도 7월 26일 조양원 대표에 대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감청영장)를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을 때까지도 RO의 총책을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원장으로 지목했다"며 "혐의도 국가보안법 위반만 있을 뿐 내란음모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년간 이 사건을 수사했다는 국정원 주장과 달리, 내란음모 혐의는 7월 이후에야 적용돼 정국과 관련해 급조된 의혹이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또 "국헌문란이 목적인 내란음모죄는 단순히 정부를 비난하고 그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RO의 구성 시기와 구성원, 조직체계, 활동내용 등이 확정되지 않아 실체가 없을 뿐 아니라 (조직원들 사이에) 내란 실행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특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국정원이 녹취 내용을 문서화하면서 일부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실제 발언 중 "선전,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부분이 "성전(聖戰), 수행"으로, "전쟁반대투쟁을 호소"가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가 "전쟁을 준비하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측은 "녹취록 등 증거도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된 것으로 증거의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