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국토 종단에 나섰던 밀양 주민들이 2주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경남 밀양 상동면 금호마을 이장인 박정규(52)씨와 주민 박문일(49) 정태호(37)씨 등 3명은 지난달 28일 밀양 상동역을 출발해 11일 오후 서울에 도착했다. 대구 칠곡 영동 대전 세종 천안을 거쳐 2주 만에 450km를 걷는 강행군이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들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참가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밀양 송전탑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20일 동안 단식을 했지만 정부와 공권력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육신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들에게 밀양의 아픔을 전하고 한전과 정부에게 주민들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국토종단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막막한 심정으로 떠났던 길 위에서 밀양 송전탑 문제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국민이 밀양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도보 순례의 성과를 덧붙였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전국대책회의 회원들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다시 국회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국토종단 순례의 마지막 코스인 국회 앞에서 대한문까지 밀양 송전탑의 고압전력 765kV를 상징하는 7.65km를 걸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체력이 극도로 저하되고 발도 걷기 어려울 정도로 부르터 도보순례단은 마지막 길을 함께 하지 못했다. 이들을 대신해 순례를 마무리 지으려던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 회원들은 경찰에 저지에 발이 묶여 한때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박 이장은 "밀양의 간절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한 만큼 힘들 때마다 밀양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서로 격려했다"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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