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40대 영화관객 수가 20대를 추월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저 관람율만의 문제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나는 90년대에 20대를 보냈다. 그때 반짝반짝 떠오른 이병헌, 정우성, 전도연 같은 배우들은 지금도 스타로서의 위용을 잃지 않고 있다. 연기력도 연기력이겠지만, 이들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보고 싶어 하는 '노땅' 관객들이 그만큼 위세를 지녔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또 대략 십여 년 전부터는 내 세대의 향수를 푹푹 자극하는 영화가 심심찮게 만들어지더니 요즘은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다. 지금의 20대보다는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에게 아무래도 호소력이 강할 것이다. 이 세대가 '문화권력'을 틀어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모양인데, 글쎄다, 나로서는 좀 달리 짚이는 바도 있다. 90년대에는 이런 말이 오가곤 했다. 문학은 점점 늙어가고, 재능 있는 젊은 친구들은 전부 영화판으로 몰린다고. 지금은 영화도 점점 늙어가고, 젊은 친구들이 이끌어가는 문화적 중심은 아이돌이나 게임 분야에 구축되고 있는 게 아닐까. 젊은 중심은 늘 그렇게 이동한다. 아이돌들의 얼굴도 잘 구분하지 못하고 게임도 못하는 나로서는 점점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아 좀 서운하기는 하다. 하지만 뭐, 중심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이미 오래 전부터 늙어있다던 문학 속에서도 나는 때로 충만한 빛을 발견하곤 한다.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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