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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1월 12일] "휴대폰, 잠시 꺼 두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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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1월 12일] "휴대폰, 잠시 꺼 두시죠"

입력
2013.11.1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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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으로 기억한다. 유명 인기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공포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워낙 유명 스타가 나오는 영화여서 기자들은 물론이고 영화평론가 등 관계자들로 극장이 가득 찰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배우와 감독들의 무대 인사가 끝나고 불이 꺼지면서 영화가 시작됐다. 그런데 객석 한쪽에서 훤하게 빛이 났다. 황당하기 그지없게도,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모 여기자가 노트북을 켠 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영화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급기야 뒷줄에 앉아 있던 어느 영화평론가가 여기자에게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니 노트북을 덮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기자는 알았다면서도 여전히 눈과 손은 노트북에서 떠나지 않았다.

영화평론가는 두어 번 더 같은 요청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달라지는 게 없자 마침내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선 반말이 시작됐고, 상스러운 욕설이 쏟아지더니 급기야 드잡이로 이어졌다. 평론가는 여기자의 멱살을 잡았고, 여기자는 평론가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었다.

영화보다 더한 활극이 객석에서 펼쳐진 것이다. 보다 못해 여배우의 매니저와 영화사 관계자들이 나서서 두 사람을 극장 밖으로 끌어내다시피 데리고 나갔다. 다시 시사회는 이어졌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구태여 몇 년 전 기억을 끄집어낸 까닭은 요즘 극장에서 유사한 일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한참 영화를 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앞이 훤해질 때가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카카오톡 등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캄캄한 극장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은 라이트를 비춘 것 만큼 밝다. 거기에 요즘은 화면 크기도 커졌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서 밝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그런 스마트폰 화면이 수시로 켜지면 영화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다. 당사자들은 자신만 스마트폰 화면을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뒤쪽이나 옆에 앉은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불평하면 이것 때문에 또 말썽이 생긴다. 소리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덮는 사람들은 그나마 낫다. 불쾌하게 여기며 왠 참견이냐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 여차하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일 때문에 불쾌한 사람들이 많았던 지 인터넷 영화동호회 등 영화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극장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행위에 대한 불만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중에는 아예 극장에서 휴대폰이 터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있다. 하지만 비상시 연락 때문에 극장에서 이를 강제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결국 휴대폰 이용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고 수시로 카카오톡 등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다보니 부지불식 간에 절로 스마트폰이 울리면 화면을 켜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행동이 극장에서는 유달리 큰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극장 측이 상기시켜 줬으면 한다. 영화 시작 전에 '앞좌석 발로 차지 마라''쓰레기 아무데나 버리지 마라''휴대폰으로 사진 찍지 마라'등을 안내하던데, 이때 내용을 하나 추가하면 된다. '문자메시지 등 휴대폰 화면을 켜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니 영화가 끝난 뒤 확인해 주세요.'

바쁜 세상에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세상은 온통 불편하고 불쾌한 일 투성이일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폰을 켜기 전에 주변을 한 번쯤 둘러보고, 극장은 영화 시작 전에 요즘 세태에 걸맞는 문구를 내보내 비싼 돈내고 들어온 사람들을 배려했으면 한다.

최연진 산업부 차장대우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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