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 원에 이르는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 대출사건이 전임 KB금융 최고 경영진이 연루된 비자금 스캔들로 비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도쿄지점은 부당 대출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까지 조성해 그 중 최소 20억 원을 국내로 들여왔다고 한다. 당초 이번 사건은 일본 금융청이 부당 대출을 먼저 포착해 조사를 진행한 뒤, 우리 금감원에 결과를 통보함으로써 이미 국제적 망신을 샀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후진적인 비자금 의혹까지 새로 불거지고 있다.
사실 2008년부터 5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부당 대출만 해도 국내 1위 업체인 국민은행에서 벌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유치했다. 동일인 대출한도에 이른 기업에 초과대출을 하기 위해 해당 기업 계열사나 관계자를 내세워 무책임한 우회대출을 함으로써 은행 자산관리를 위험에 빠뜨렸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5~10%나 되는 커미션을 챙기고, 조폭 자금을 세탁한 혐의까지 받았다니 글로벌 뱅크는커녕 뒷골목 사채업자를 방불케 하는 행태였던 셈이다.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만큼 전임 KB금융 최고 경영진과 도쿄지점 비자금의 연루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두 차례의 내부 감사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실이 전혀 적발되지 않은 점이나, 부당 대출과 비자금 조성 기간 중 당시 KB금융 최고 경영진이 이 사건의 주역인 이모 전 도쿄지점장의 승진을 지시한 점 등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선뜻 믿어지진 않지만, 국내에 유입된 도쿄지점 비자금이 당시 최고 경영진에게 흘러간 사실이 확인된다면 엄중히 문책해야 마땅할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각종 금융사 해외 영업망에 대한 감독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1990년대 해외 지점을 통한 국내 종합금융사들의 막대한 외화차입 상황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당국의 직무유기가 결국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국은 차제에 국내은행 해외법인 및 지점 145개는 물론, 여타 금융사 해외 영업망의 부당 영업 가능성에 대해 전반적인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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