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적은 공연이 아니다. 그저 음악을 배우는 게 즐거워 스스로 악단의 운영비를 내 가면서 활동한다. 음악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 줬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흑인만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이자 중앙 아프리카 유일의 관현악단인 콩고민주공화국 킴반기스트 심포니의 상임지휘자 아르망 디앙기엔다(49)씨가 내한했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아르코 창작음악제'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한경진 작곡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롤러' 등 한국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다. 11일 만난 디앙기엔다씨는 "아마추어 악단 지휘자인 내가 연주하러 한국을 찾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게 음악이 힘"이라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킴반기스트 심포니는 제대로 된 공연장은 물론, 변변한 클래식 악기상 하나 없는 콩고의 수도 킨샤샤에서 1994년 창단됐다. 콩고 주재 외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며 남긴 악기를 모아 시작했고 모자라는 악기는 직접 만들었다. 잦은 교체가 필요한 바이올린 줄을 구할 수 없어 자전거 브레이크 줄과 전화선으로 대신했다. 연습 공간을 빌리기 여의치 않을 때면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연습한다.
항공기 조종사였던 디앙기엔다씨는 그가 소속돼 있던 항공사가 추락 사고를 낸 것을 계기로 직업을 잃었고 구직 활동 중 우연찮게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됐다.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교회 일을 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성가대를 비롯해 음악을 꾸준히 접해 왔어요. 아버지는 제가 많은 사람을 참여시킬 수 있는 음악 활동을 하기를 바라셨죠."
그래서 생각한 게 클래식 음악이다. 출발은 "사랑과 화합의 수단이 되리라"던 기대와 달랐다. "12명으로 시작했는데 악기는 바이올린 5대뿐이었어요. 그러니 화합은커녕 악기를 놓고 싸우기 일쑤였죠."
디앙기엔다씨는 "전문 악단이 아니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킴반기스트 심포니의 명성만큼은 세계 유명 악단이 부럽지 않다. 2010년 이 오케스트라를 다룬 다큐멘터리 '킨샤샤 심포니'가 독일에서 만들어진 후 지식 공유 컨퍼런스인 테드(TED)에서 연주 기회를 갖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음악을 악보로 받아들이기보다 영혼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앙기엔다씨도 지난 5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명예회원으로 추대되는 등 유명 인사가 됐다. 하지만 음악 활동과 별개로 각자 직업을 갖고 생계를 유지하는 단원들처럼 그 역시 가스펠 음악 작곡가이자 PC방 주인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요즘 킨샤샤에서는 자녀를 우리 악단에 보내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이 음악으로 배움의 즐거움과 타인과의 협력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악기 걱정, 연습실 걱정 없는 음악학교를 세우는 게 꿈입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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