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정상들까지 감시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이 자신은 외국의 엿듣기에 대비, 보안텐트 사용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안텐트는 순방국이 몰래 설치했을 비디오카메라나 도청장치를 차단하기 위해 무선전파교란시스템을 적용하고 안을 볼 수 없도록 불투명하게 만든 텐트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브리핑 문서, 외국 정상에 줄 선물과 함께 참모들이 반드시 챙겨야 할 품목에 포함돼 있다. 오바마는 자신이 머무는 방 바로 옆 방에 설치된 이 텐트에서 비밀문서를 검토하고 보좌진과 민감한 대화를 나눈다.
푸른색으로 된 이 보안텐트는 2011년 오바마의 남미 순방 때 우연히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백악관이 배포한 사진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숙소에 설치된 텐트를 배경으로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과 리비아 공습 문제를 논의하는 장면이 담겼다. 텐트 안에 통신수단, 책상, 의자가 구비돼 있어 단출한 사무실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 안에 또 다른 건물을 만들어 도감청을 막으려는 이 보안텐트는 조지 테닛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우방인 이스라엘의 도감청을 피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요즘은 보안텐트보다 작은 전화부스 크기의 도감청 방지 구조물도 사용된다.
보안텐트의 사용을 포함, NYT가 공개한 도감청 방지 비밀 매뉴얼에 따르면 미국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요인과 의원, 군 고위 인사, 외교관 또는 정책결정자를 보안 조치 대상으로 삼는다. 보안 당국은 이들이 요직에 오르면 창문 없는 특별보안실을 자택에 설치, 민감한 대화와 컴퓨터 사용의 안전을 확보해준다. 최근 취임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워싱턴 인근 자택과 뉴잉글랜드 자택에서 이런 개조 작업이 이뤄졌다.
이들 요인은 해외 출국 시 발언 및 행동과 관련한 별도 교육을 미리 받고 현지에서도 휴대폰과 태블릿PC 등 컴퓨터는 사용하지 못한다. 특히 러시아, 중국을 방문하는 인사는 현지의 미국대사관 밖에서는 비밀 정보 관련 대화 또는 검색도 하지 말 것을 주문받는다.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직원들은 외부 악성코드에 감염되지 않도록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한 소셜미디어 이용이 불허된다. '도로 위의 백악관'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 리무진 '비스트'에는 대화 내용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고 오바마가 애용하는 블랙베리 스마트폰 역시 암호화돼 있다.
미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각국 정보기관들이 우방국 외빈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엿듣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을 포함,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국 관리들을 도감청한 증거를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 "지금은 우리가 어디에 있든 (도감청의) 타깃이 된다"며 중국, 러시아와 아랍권을 주된 미국 감시국으로 지목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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