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수정 취지를 문서로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임기 중 해결할 생각이 없는데 잘못 돼 있다'는 취지가 드러나 있다. 참여정부 측은 녹취록 작성시 뜻이 정확히 전달되도록 최소한의 수정을 하는 것은 관례이며 이렇게 고친 대화록 수정본을 국가정보원에 넘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의도를 가진 수정으로 해석하고 초본을 삭제하거나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것 등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1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21일 참여정부 청와대의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 (e知園)'을 통해 대화록 초본 '재검토'를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정상회담에 배석해 내용을 녹음한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은 국정원에 의뢰해 작성한 대화록 초본을 10월 9일 이지원에 등록했다.
검찰이 확보한 A4용지 3분의1 분량의 문서에서 노 전 대통령은 "수고했으며 다듬어 놓자는 의미에서 '재검토'로 하자. 회의록을 보니 조 비서관이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음.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도 NLL을 사후에 처리하는데 동의했으나 회의록을 보면 내가 임기 중 해결한다고 한 것처럼 되어있는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임"이라고 적었다. 이어 "일부 표현도 수정 보완할 필요('자의적으로'가 '자위력으로' 잘못 표기, '남측의 지도자' 등 잘못된 표현). 남북회담에 나가는 총리, 국방장관과도 회의록 관련 내용을 일정부분 공유할 것. 회의록 수정, 공유 방법은 실장, 수석과 상의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지시 취지를 살려 'NLL 해결'을 'NLL 치유'로 수정하는 등 필요한 최소한의 수정만 했다"면서 "정책 결정과정 기록과 달리 정상회담 녹취록이나 외교 전문, 국회 속기록 등의 경우 초안은 보존하지 않고 삭제, 파쇄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실제 회담에서의 언급이 담긴 초본이 완성본에 가깝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조 전 비서관과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등을 대화록 초본의 삭제 또는 초본과 수정본의 국가기록원 미이관에 관여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로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 부분 수정 지시 과정을 숨기기 위한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참여정부 측은 또 대화록 수정본 완성 시기가 정권이양 준비를 위해 이지원 시스템을 초기화 및 셧다운 한 시점과 맞물려 실수로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대화록 초본을 이지원 시스템 초기화 직전인 2008년 1월 30일 '계속 검토' 처리한 것 등은 삭제를 하거나 이관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진술 등의 뒷받침이 없어 얼마나 신빙성 있는 결론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지난 6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소환을 마지막으로 대화록 수사를 마무리 했으며 수사결과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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