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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샛길 산행 요리조리… 순찰대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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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샛길 산행 요리조리… 순찰대는 괴로워"

입력
2013.11.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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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새벽 3시 설악산국립공원 미시령 입구. 등산복을 입은 중년의 남녀 9명이 나타나자 쥐 죽은 듯 숨어 있던 국립공원 사무소 직원 2명이 불시검문을 시작했다. 설악산 미시령~마등령 구간 등산을 계획한 대구 소재 A산악회 회원들이었다. 1주일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사이버순찰대는 산악회 홈페이지와 온라인 카페 등을 뒤져 A산악회가 '미시령~마등령 구간 등반 계획'을 공지한 글을 적발했다. 사이버순찰대는 "미시령~마등령 구간은 2007년부터 멸종위기동물 보호 등을 위해 출입이 통제됐으니 등반하지 말아달라"고 구두 통보했고 A산악회는 코스를 바꾸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저버리고 3~4시간 앞당겨 불법 산행을 시도하다 현장에서 밤샘 대기 중이던 공단 직원에게 적발된 것이다. 이들은 전원 과태료를 내야 했다.

등산을 취미로 하는 산악동호회가 증가하면서 공단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더 좋은 경관과 취사, 야영 등을 즐기기 위해 불법 샛길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도 덩달아 늘어난 탓이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에서 취사나 야영은 허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탐방로가 없는 불법 코스 산행은 인명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6월 지리산 불법 코스를 산행하던 부산 소재 산악회 회원 한 명이 낙석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공단이 묘안으로 내놓은 것이 사이버순찰대다. 2007년부터 전국 17개 산악형 국립공원의 28개 사무소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산악회 홈페이지와 온라인 카페 등을 수색, 불법 산행 계획을 잡아내고 계획을 변경하도록 계도하고 있다. 지난해 사전 적발한 것만 898건으로 대다수는 계도를 받아들였지만 이중 14건은 현장에서 다시 적발됐다. 불법 산행객의 주요 타깃이 되는 곳은 경치가 좋은 설악산 용아장성 코스와 지리산 천왕봉 일대의 샛길이다.

일부 산악회는 계도를 받으면 산행 시간을 기습적으로 바꾸는 등 단속반과 숨바꼭질을 벌여 단속은 녹록지 않다. 이재양 공단 환경관리부 계장은"공단에서 확보한 전국 산악동호회 리스트만 1,000여개가 넘는데다 온라인에서 잡히지 않는 동호회 일정도 많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에 계도했더라도 시간대를 바꿔 불법 산행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밤이든 낮이든 대기조를 짜서 무조건 현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공단의 각고한 노력에도 위험과 과태료를 무릅쓰고 사전단속을 피해 불법행위를 일삼는 등반객은 줄지 않고 있다. 공단의 유형별 적발 현황을 보면 비등산로 출입은 ▦2011년 741건 ▦2012년 708건 ▦2013년 9월 기준 748건으로 제자리이고 취사행위도 ▦2011년 451건 ▦2012년 512건 ▦2013년 9월 기준 553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 계장은"현재 국립공원 정규 탐방로는 560여개로 이 곳을 제외한 코스에서의 산행은 모두 불법"이라며 "인명사고 시 구조를 요청하더라도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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