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 인사가 다시 잡음을 부르고 있다. 전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퇴임 후 후임 사장 공모절차가 아직 끝나기도 전에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의 내정설이 퍼지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공고된 모집기간(11일까지) 마감을 기다리는 다른 지원자들은 들러리이고, 사장 후보 검증 절차에 나서야 할 임원추천위원회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무용지물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다른 공공기관도 비슷하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낙하산 논란부터 무성하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임원추천위원회가 선정한 네 명의 사장후보가 모두 국토교통부와 도공 출신이라는 비난이 일자 사장 선임절차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부채규모 25조원대로 1일 이자만 32억원에 이르는 도공은 대대적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이 시급해 새 사장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도 사장 후보 선정과정부터 외압과 편가르기 논란에 휘말렸으니 안타깝다.
물론 낙하산 인사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러나 같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 와도 해당 기관의 방만과 비효율성을 뜯어고칠 만한 역량이 검증된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3월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일본의 이나모리 가즈오 JAL 명예회장도 따지고 보면 '낙하산'이었다. 적자가 1조원이 넘고 법정관리 상태였던 JAL을 다시 살려달라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의 삼고초려를 거쳐 JAL 회장 자리에 앉은 그는 임기 초반 직원 1만 명 해고, 항공기 95대 매각, 사업장 34% 폐쇄 등 발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에 철저한 비용절감과 특유의 유연성을 자랑하는 '아메바 경영'으로 JAL을 3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정부가 사실상의 국가채무인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에 이른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최소한 줄여야 한다는 각오가 있다면, 어떤 사람을 공기업의 CEO로 삼을지를 훨씬 더 진지하게 고민해 마땅하다. 정권이나 정부와의 친밀도를 제1 잣대로 삼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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