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차붐' 차범근도 아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볐던 '산소 탱크' 박지성(PSV 에인트호벤)도 아니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1ㆍ레버쿠젠)이 한국인 최초 유럽 빅리그 해트트릭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분데스리가 12라운드 '친정 팀'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혼자 세 골을 넣고 1도움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5-3 승리를 이끌었다. 9승1무2패(승점 28)가 된 레버쿠젠은 바이에른 뮌헨(승점 32), 도르트문트(승점 28)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유럽 빅리그에서 뛰었던 한국인 선수 최초로 달성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손흥민의 우상이자 레버쿠젠 대선배인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도 분데스리가에서 11시즌을 뛰면서 98골을 넣었지만 해트트릭을 달성하진 못했다. 1978~79시즌 다름슈타트에서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차 전 감독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1987~88시즌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전성기를 보냈다. 차 전 감독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뛴 한국인 선수들 가운데 한 경기 3골 을 터트린 선수는 없었다. 차범근과 박지성은 한 경기 2골을 터뜨린 적은 있었지만 해트트릭은 미답지였다. 설기현이 2001년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당시 슈퍼컵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긴 했지만 유럽 빅리그권 밖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날카로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골문을 노리던 손흥민은 전반 9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리그 2호골이자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어 8분 뒤 역습 상황에서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제친 뒤 2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의 진가는 후반 드러났다. 2-2로 맞선 후반 10분 상대 수비의 몸에 맞고 흐른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3번째 골을 완성했다. 17분 뒤에는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공을 가로챈 뒤 역습 상황에서 슈테판 키슬링에게 스루 패스로 팀의 4번째 골을 도왔다. 결국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5-3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도 손흥민을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하며 극찬했다. 홈페이지는 "손흥민이 친정 팀을 상대로 자신의 3차례 슈팅을 모두 골대에 꽂는 매우 효율적인 경기력을 보였다"면서 "분데스리가 역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해트트릭에 성공했다"고 활약을 전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도 손흥민에게 양 팀 통틀어 유일하게 최고 평점인 1을 부여했다. 1~6점까지 부여하는 빌트의 평점은 낮을 수록 좋은 평가다.
손흥민은 경기 후 "친정 팀 함부르크와의 경기라 더욱 특별했다"면서 "해트트릭을 달성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손흥민은 11일 귀국, 스위스(15일)-러시아(19일)와의 평가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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