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시 태장동 자신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여중생 최민영(14)양의 신발은 유독 안쪽 굽만 닳아 있다. 그의 다리 관절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갓난아기 때 앓았던 소아마비의 후유증이다. 세 살 때 오빠와 함께 보육원에 맡겨진 민영양은 소아마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난 4일 저녁 보육원에서 만난 민영 양은 "지금도 빨리 뛰거나 오래 걷는 것이 힘들다"며 "소풍을 가거나 체육시간이 되면 친구들이 즐겁게 뛰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이 소녀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가 또 생겼다. 당장 다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20대에 노인성 질환인 퇴행성 관절염이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잔인하다. 연간 280만원 가량인 치료비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10년 이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니 오누이는 넋을 잃고 있을 뿐이다.
이민학(45) 자신보육원 사무국장은 "민영이는 다리에 보정기구를 착용하고 3개월마다 관절 사진을 찍어 장기간 교정하는 치료가 시급하다"며 "아이가 한창 꿈을 키워야 할 시기에 시련을 겪게 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린 나이부터 맘껏 뛰놀 수 없었던 신체적 제약은 민영양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 민영양에겐 변화가 찾아왔다. 매사에 적극적으로 성격이 바뀌더니 지난달 말에는 친구들과 이를 악물고 7시간에 걸쳐 치악산에 올랐다. 무기력하고 소극적이었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하늘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을 준다"고 말할 정도로 의젓해지기까지 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민영양은 이제 댄스가수라는 꿈이 생겼다. 민영양은 음정ㆍ박자감이 탁월하고 드럼과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이다. 시간 날 때마다 아이돌 가수의 동영상을 보며 자신도 훗날 화려한 무대에 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요즘 그녀는 티아라의 'NO 9'에 푹 빠져 있다. 경쾌한 리듬과 예쁜 언니들의 댄스가 너무 좋단다.
최근엔 기타와 친구가 됐다. 5년 뒤 실용음악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코드를 익힌 지 얼마 안 되는 초보단계지만, 비교적 쉬운 곡은 벌써 능숙하게 연주한다는 게 주위의 얘기다. 그는 "기타와 피아노를 배울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뒤엔 오디션 프로그램에 꼭 나가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런 민영양에게 오빠 민수(17)군은 든든한 후원자다. 고등학교 2학년인 그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피붙이인 동생의 멘토가 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민수군은 "중장비 면허를 따 동생을 뒷바라지할 계획"이라며 "건강을 찾은 민영이가 멋진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민영이는 지금은 좀 불편해도 언젠가는 다리가 완쾌돼 꼭 꿈을 이루리라 굳게 믿고 있다. "티아라의 지연 언니 같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될 거예요. 제가 만든 노래와 춤으로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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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글ㆍ사진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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