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아요! 한국에 계신 엄마는 감격해 우신다고 하네요."
세계 최고(最古)이자 최정상을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박세은(24)씨가 솔리스트에 해당하는 쉬제로 승급했다. 쉬제는 에투알(수석무용수 중 최고 스타), 프르미에르 당쇠르(수석무용수)에 이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세 번째 등급.
지난해 6월 130명이 응시한 오디션에서 1등으로 발레단에 정식 입단한 박씨는 반년만인 올해 1월 제일 아래 등급인 카드리유에서 코리페로 승급한 데 이어 또다시 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치러진 승급 심사에서 참가 무용수 12명 중 1위를 차지해 유일하게 쉬제로 발탁됐다. 한국 무용수로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5년 만인 2005년 쉬제에 오른 적이 있다.
박씨는 10일 오전 통화에서 "기뻐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 단원이 연이어 승급 시험을 통과하는 경우는 드물어 저도 어리둥절해요. 지정 작품인 세르주 리파 안무의 '하얀 모음곡'(Suite en Blanc)은 파리에 와 처음 배운 작품이라 긴장해 스무 번쯤이나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꼴딱 밤을 새우고 공연했거든요. 거장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와 2014년 파리오페라발레단장으로 취임할 벤저민 마일피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테스트를 통과한 것도 영광이에요."
박씨는 10세 때 발레를 시작해 서울예고 1학년 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잭슨(2006)ㆍ로잔(2007)ㆍ바르나(2010) 콩쿠르를 석권해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렸다. 2007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활동하다 2009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최연소 주역에 발탁됐다. 2011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입단하려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도 입단 제의를 받는 등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한국 발레의 새 역사다. 김용걸 한예종 교수는 "외국인 무용수 비율이 5%에 불과한 발레단에서 버티는 것만도 어려운데 입단 2년 차에 솔리스트 발탁은 프랑스 무용수에게조차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원 중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무용수에게 주는 '세르클 카르포상'(Prix Du Cercle Carpeaux)을 받기도 한 박씨는 다음달 4일부터 공연되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요정역으로 솔리스트로 데뷔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내년 1월 3일 공연에서는 조연 급인 파랑새 역으로도 출연한다. 그는 "승급보다 솔리스트 데뷔가 더 설렌다"면서도 "꼭 승급하고 어떤 역을 맡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내 한계를 극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