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상의 2014 소치올림픽 기상도가 매우 맑다.
'빙속 여제' 이상화(24ㆍ서울시청)가 또 한 번 세계 신기록을 질주했다. 이상화는 10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독일의 예니 볼프(34ㆍ37초18)를 가볍게 제쳤고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36초대 기록을 썼다.
무엇보다 올 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36초80의 세계 신기록을 0.06초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여자 선수 중 가장 먼저 36초90의 벽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에는 36초70대 기록에도 진입했다. 첫 100m를 10초21에 끊은 이상화는 레이스 내내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면서 10개월 만에 대기록을 작성했다.
3박자가 완벽히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상화는 시즌 전 체중을 5㎏ 정도 줄이는 대신 근력을 키웠다. 철저한 체력 관리를 통해 순간 가속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단거리용 몸을 만들었다. 통상 체중이 줄면 가속도 구간에서 스피드가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상화는 둘레가 23인치(58.42cm)에 육박하는 허벅지 힘을 앞세워 스피드 감소를 메웠다. 오히려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느린 스타트를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이상화의 첫 100m 기록은 10초34였다. 하지만 이 기록은 이날 10초21까지 단축됐다.
환경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이상화는 평소 인 코스 보다 아웃 코스를 선호한다. 아웃 코스는 첫 코너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고, 경쟁자를 앞에 둔 채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편하게 느낀다. 이상화는 이날 러시아의 파트쿨리나와 마지막 조에 편성돼 아웃 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여기에 최고의 빙질과 환경을 보유해 세계 신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캐나다 캘거리에 위치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 레이스를 치른 것도 신기록 달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올림픽 오벌은 해발 1,034m의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 밀도가 낮다. 그만큼 속도를 내는 데 공기 저항이 적다. 이상화는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오벌, 이번에 레이스를 펼친 캘거리 올림픽 오벌에서 유독 강하다.
현재 이상화의 뚜렷한 적수는 보이지 않는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경쟁을 펼친 볼프는 적지 않은 나이 탓에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 37초30으로 3위에 오른 왕베이싱(28·중국)은 기복이 심하다. 전문가들은 "이상화의 소치 올림픽 금메달은 무난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차세대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16ㆍ세화여고)도 금메달 질주를 계속했다. 심석희는 같은 날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13~14 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0초03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올 시즌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이자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9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 한국은 심석희에 이어 박승희(21ㆍ화성시청)도 2분20초511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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