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근해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박모(70)씨는 요즘 도루묵이 너무 많이 잡혀 걱정이다. 어획량이 늘면서 20마리 당 위판가가 2,000원까지 떨어져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물을 한번 펼칠 때 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는 셈이다.
출어비용도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박씨는 도루묵 잡이를 접었다. 고성 대진항의 도루묵 어선 130여 척 가운데 요즘 고기잡이에 나서는 배는 5척 정도에 불과하다. 박씨는 "20마리 한 상자에 2만원은 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현재로선 기름값도 대지 못할 지경"이라며 "만선이 기쁘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해안의 겨울철 대표 어종인 도루묵이 유례없는 풍어기를 맞았지만 어민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다. 10일 강원도 환동해본부 집계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1,700여 톤의 도루묵이 잡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14톤 보다 50%가량 늘었다. 최근 3년 평균 어획량 781톤에 비해서는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잡는 양에 비해 소비가 적다 보니 4,000원 정도 하던 kg당 경매가도 보름새 2,000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여기에 지난해 잡아둔 냉동 도루묵이 23톤에 달해 가격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강원 동해안에선 지난해에도 도루묵이 많이 잡혔으나 제 때 소비가 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강원도가 나서 긴급 수매한 냉동도루묵을 출향도민회와 대기업, 군부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판촉운동을 벌였다. 올해도 지난해와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철 강원도 환동해본부장은 "가격 회복을 위해서는 도루묵 소비 촉진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는 형편"이라며 "어민들이 조업량을 자율적으로 조절해 가격 폭락과 남획을 동시에 예방하고 가공식품 개발 등 소비처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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