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이어폰을 주문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만 움직였을 따름이지만, 결제완료 버튼을 누르고 나니 무슨 대단한 일과를 마치기나 한 것처럼 기진맥진해지고 말았다. 거쳐야 할 절차 하나하나가 인내심을 시험한다. 팝업 창을 열어 안심클릭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하고, 할인 쿠폰을 다운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한 번 이상 다른 사이트로 연동되어 요란한 광고를 보아야 하고, 한 번 이상 인터넷 브라우저를 다시 구동해야 한다. 다시 쇼핑몰 주소를 찾아가, 다시 주문하고, 다시 주소를 입력한다. 간신히 결제창이 뜨면 키보드 보안모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오류가 생겨 먹통이 되면, 아, 또 다시 처음부터. 복장이 터진다. 물론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다시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나 봐라 하고 매번 이를 갈지만, 항상 마음만 그런다. 온라인 구매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어떤 가게에 가서 무엇을 사야 하는지 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 이불솜을 사려면 어디에 가야 하나? 그릇가게는 어디에 있지? 자전거펌프는 어디서 사지? 원하는 물건을 발품 팔지 않고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온라인 쇼핑몰이라고만 쉽게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발품을 팔지 않는 게 아니라 발이 묶여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빠르고 편하다고 택한 방법이 거꾸로 올가미가 되었달까. 겨우 이어폰 하나 사느라 붉으락푸르락 마음의 진을 다 빼다니, 스스로 우습고 처량해진다.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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