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클라리넷 연주가 듣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길 바랍니다."
7일 오후 서울 자양동 광진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청각장애 예비 클라리넷리스트 손정우(16ㆍ동북고 1학년)군이 연주하는 풍부하고 맑은 클라리넷 음색 위로 유진 박(38)씨의 섬세한 바이올린 선율이 수줍은 듯 얹어졌다. 이들의 영화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e)' OST 협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특히 관객들은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클라리넷 연주자를 꿈꾸는 손군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손군이 꿈에 그리던 유진 박과의 협연은 관객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했다.
손군은 재능 있는 예비 클라리넷리스트다. 2011년 국제문화예술교육회에서 주최하는 '전국 학생 음악 콩쿠르'에서 일반인들과 경쟁해 당당히 특상을 받았다. 그가 청각장애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음악인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3살 때 청력을 잃은 손군은 7살이던 2003년 인공와우를 이식받았다. 인공와우란 달팽이관 내에 남아 있는 신경을 전기 자극해 대뇌 청각중추가 이 '전기 신호'로 소리를 인지하도록 하는 장치다. 손군은 "인공와우를 이식해도 음계를 구별하긴 어렵다"며 "느낌으로 음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손군에게 클라리넷은 특별하다. 클라리넷은 희망도 꿈도 없었던 어린 손군을 일으켜 세웠다.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은 어린 손군에게 큰 상처가 됐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괴롭힘은 그를 열등감과 자괴감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러던 5학년 때, 어머니 손에 무작정 이끌려 찾은 '사랑의 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에서 손군은 클라리넷을 처음 접했다. 사랑의 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은 청각장애인 후원단체인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가 창단한 세계 최초 청각장애 유소년 연주단이다. 손군은 "나처럼 청각장애가 있으면서도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클라리넷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무엇보다 프로 클라리넷리스트라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민자 사랑의 달팽이 회장은 "클라리넷은 사람의 목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청력과 언어 재활에 도움이 돼 2004년부터 클라리넷 앙상블을 운영하고 있다"며 "손군처럼 장애를 딛고 당당하게 연주하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손군은 "나처럼 꿈 없이 좌절하던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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