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人情)이 자신을 구해줬다고 믿은 건 착각이었다. 서울 종로구의 신발가게에서 지갑을 훔치다 붙잡혀 6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김모(48)씨는 지난 1월처럼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들이 또 무죄 평결을 해주길 바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명품백이 놓인 계산대 뒤쪽을 서성이다 들켜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김씨는 “주인이 보이지 않아 연락처를 찾으려 한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김씨가 카페에서 나온 뒤 신고한 직원의 오빠가 뒤쫓아오는 걸 알면서도 태연히 커피를 마시며 100m 가량을 걸어간 점, 카페로 다시 돌아와 경찰이 올 때까지 도망가지 않고 기다린 점 등을 감안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도 “의심은 가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재물을 절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도 “배심원 만장일치 의견이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두 달 만에 다시 절도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배심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도둑질을 한 것이 분명한 데다 2007년에도 비슷한 범행으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는 등 전과 9범에 실형만 세 차례 받은 이력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정석)는 지난 6일 열린 참여재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우발적 범행”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7명의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을 뿐 아니라 상습성도 인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상습성이 인정된 절도죄의 경우 가장 낮은 형이 징역 3년으로 통상 절도죄의 징역 1년 6월에 비해 형이 훨씬 무겁다”며 “재판부가 엄한 처벌을 받길 원하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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