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승인한 것에 반발해 분담금을 내지 않던 미국이 결국 유네스코 투표권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교육, 과학, 문화에 미치던 미국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해마다 유네스코 전체 예산의 22%에 달하는 8,000만달러(850억원)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2011년 10월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인정하자 즉각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법은 팔레스타인에 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유엔 기구엔 재정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는 2년 넘게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주요 사업에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비폭력, 비차별에 관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교육이나 쓰나미 연구, 이라크 급수 시설 사업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됐다. AP통신은 "(미국의 재정 지원 중단이) 소녀들이 글을 배우고 깨끗한 물을 먹으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하고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년 동안 분담금을 내지 않은 미국은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이날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팔레스타인에 국가 지위를 부여하면 재정 지원을 금지하도록 한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케이스 엘리슨(미네소타) 하원의원은 AP통신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리더십을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유네스코 재정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새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난 2년 사이에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전제한 뒤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유네스코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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