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8세기 중엽 이후 신라 왕릉 혹은 그에 준하는 최고위급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발견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울문화재연구원은 8일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 산 126-3번지 일원에서 호석(봉토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쌓은 석축)을 기준으로 동서 11m, 남북 11.2m, 현존 높이 1.2m 규모의 신라시대 무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2지 동물 조각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왕릉 혹은 그에 준하는 최고 권력자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12지 동물 조각은 학계에서 신라 왕릉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기준으로 통해 왔다. 그러나 왕릉에만 12지상을 새긴다는 역사 기록이 있는 건 아니다.
고분은 안태봉(338m) 북동-남서 방향으로 흐르는 능선 끄트머리에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묘역을 갖추고 있으며 암반을 굴착해서 만든 대규모 배수로도 나왔다. 호석은 6단 이상으로 쌓았고 그 바깥을 따라가며 일정한 간격으로 지대석을 24개 받쳤다. 현재까지 확인된 지대석은 17개다.
12지 동물 조각은 방위별로 지대석 2칸마다 1개씩 배치했는데, 말을 비롯한 동물 조각 7개가 발견됐다. 시신은 봉분 중앙에 마련한 석실에 안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대퇴골로 추정되는 인골이 나왔다. 한울문화재연구원의 박한재 연구원은 "무덤이 이미 도굴을 당한 상태라 내부에 유물이 하나도 없다"며 "무덤의 정확한 성격을 규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심정보 한밭대 교수는 "신라시대 때 왕릉 외에는 12지상을 새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석실도 8세기 중반 이후로는 왕릉에만 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왕릉임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강봉원 경주대 교수는 "무덤이 외진 곳에 있는 데다가 호석도 정교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조성한 듯하다"며 "원성왕릉(경주시 외동읍 괘릉리)처럼 무덤 앞에 세운 돌사자 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대 이후 신라 무덤으로 왕릉급이 발견되기는 1984년 민애왕릉으로 알려진 고분 조사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월 경주 천북면 신당리 산7번지에서 발견된 석실분도 신라 말기 왕릉 혹은 왕릉급 무덤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12지 조각이 둘러져 있지는 않다.
이번에 고분이 발견된 소현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시행 중인 울산-포항 복선전철 공사 구간에 포함돼 있어 추가조사 또는 보전이 결정될 경우 공사가 지연 되거나 노선이 변경될 수 있다.
한울문화재연구원 박한재 017-724-2396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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