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방와(안녕하세요). 겡끼데스네(여러분 건강하셨죠)."
'가왕(歌王)'의 일본어 인사엔 긴장과 흥분이 섞여 있었다. 오랜만에 쓰는 일본어인지 가끔 막혔지만 '바운스 바운스' 뛰는 마음을 전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영원한 오빠' 조용필이 15년 만에 일본 팬 앞에 섰다. 1998년 일본 11개 도시 투어를 끝으로 국내 공연만 치중했던 그가 새 앨범 '헬로'의 일본 발매(10월 16일)를 기념해 7일 오후 도쿄 국제포럼홀에서 4,000여 팬들과 만났다. 객석은 한눈에 봐도 40대 이상이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이가 지긋한 백발의 관객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조용필의 매니저 조재성씨는 "일본 팬과 교민 팬이 반반쯤 되는 듯하다"고 했다.
국내 '헬로'투어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23곡을 준비한 그는 일본 팬들을 위해 '헬로' '바운스'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을 일본어로 불렀다. 객석을 거의 가득 채운 관객은 아이돌 그룹 팬들 못지않은 열기로 환호했다.
1986년 일본 내 외국 가수로는 최초로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추억의 미아'의 타이틀 곡도 큰 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을 일으켜 세운 곡은 '모나리자'였다. 20대 일본 관객과 70대 한국 관객이 어우러져 두 손을 치켜들고 리듬의 파도에 몸을 싣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앙코르로 '그대여'와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땐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조용필은 '헬로' 앨범을 알리기 위해 쇼케이스를 하는 기분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했다. 15년의 공백이 일본 팬들과의 거리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이다. 7일 찾은 도쿄 시부야의 대형 음반매장 타워레코드에서 '헬로' 음반은 아이돌 가수들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일본 팬들이 신곡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가왕의 일본 귀환에 현지 언론과 음악 관계자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산케이신문은 그를 "지금 더 빛나는 60대 현역 가수"라고 소개했다. 아뮤즈엔터테인먼트, 빅터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음반사 대표들이 공연장을 찾아 가왕의 공연을 지켜 봤다. 공연을 진행한 크리에이티브만의 마호 가케히씨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노래들로 조용필을 알던 일본인이 '헬로'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홍보만 잘 되면 20, 30대 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보다 달라진 음악에 낯설어 하는 팬도 적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60대 여성 관객 하야시 우미코씨는 "30년 전 NHK홀 공연 때부터 팬이었다"며 "조용필은 단지 K팝 가수가 아니라 그냥 '가수'다. 그는 존재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1980년대 조용필은 한국 가수 중 최초로 일본 골드디스크를 수상했고, 도쿄 부도칸(武道館) 무대에 섰다. 일본 최고 가수만 모인다는 NHK '가요홍백전'에도 국내 가수 중 처음으로 출연했다. 일본 투어는 1984년부터 했다.
일본 활동을 계속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국내에서 성공해야 어디든 갈 수 있을 테니 당분간은 한국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라면서 "국내 일정이 벅찰 정도로 많아서 일본 활동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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