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 한반도 평균기온이 1.8도 상승했다. 전 세계 기온상승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기상청은 2050년까지 3.2도가 상승해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대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에게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고 변해야 한다는 숙제를 내주었다.
실제 기후가 따뜻해질수록 동물의 몸집이 점점 작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에 의하면 화석을 비교해 본 결과 5,600만년 전 북극 해수의 표면 온도가 15도를 넘을 정도로 따뜻한 온난화시기에 딱정벌레, 거미, 땅다람쥐의 크기가 온난화시기 이전보다 50∼75% 작아졌다고 한다. 딱정벌레나 거미 등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온이 오르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성장속도가 빨라져 더 많이 먹게 된다. 그런데 필요한 만큼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몸집이 다 커지기도 전에 성체가 돼 결과적으로 평균 크기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다행히 고등동물의 범주에 속하는 대부분의 가축들은 기온 상승과 같은 외부 환경변화에 대체로 잘 견디는 편이지만 더위에 따른 스트레스로 성장 및 생산능력의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적정 온도의 범위는 가축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상한 임계온도는 27∼30도 수준이다. 한우의 경우 26도 이상에서는 체온이 상승하고 30도 이상에서는 성장환경의 임계점으로 성장이 정지하는 경향이 있다. 젖소는 27도 이상의 고온기에는 사료섭취량이 7∼12%, 산유량이 20∼30% 가량 감소한다. 돼지는 땀샘의 퇴화로 인해 고온장애가 심한 편으로 급격한 체중감소가 나타나고 새끼돼지 폐사율이 높아진다. 닭도 마찬가지로 깃털로 싸여있고 땀샘이 발달되지 않아 체온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고온에 취약하다. 22도를 기준으로 기온이 10도 상승하면 체중은 10%, 사료섭취량은 30%, 산란수는 23% 정도 감소하고 계란의 품질도 저하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기온 상승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 적정 사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축산농가에서는 환기ㆍ냉방시설 작동이 필수며 이로 인해 농가 경영비에도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의 경우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젖소들을 트럭에 실어 우유생산에 적합한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기상천외한 발상까지 나오고 있지만 지리적인 한계가 있는 우리 여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기후변화에 대비해 21세기 생명공학의 총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전체학(genomics), 단백체학(proteomics), 대사체학(metabolomics),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등의 오믹스(OMICS) 기술을 이용, 더위에 적응을 잘하는 품종으로 개량을 한다거나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와 같은 덥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한 가축 품종들이 있다. 이들은 덥고 열악한 환경 적응력은 뛰어난 반면 생산성과 품질은 떨어진다. 따라서 생산성과 품질이 우수한 가축에 환경 적응능력이 뛰어난 가축의 유전적 능력을 더해주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농촌진흥청은 국제축산연구소(ILRI)와 국제협력사업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닭과 우리나라 토종닭의 유전학적 특징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필요한 유전적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온의 급상승에 따른 사육환경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위에 잘 견디는 젖소의 능력을 개량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학계에서도 아프리카 지역의 소 품종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자국의 이익과 경쟁력을 위해 그 나라의 환경과 기후에 적합한 유전자원 개발에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세계의 종자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아예 드러내놓고 전쟁을 하고 있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독한 게임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손에 들고 있는 카드만을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카드'를 찾아내고 등판시키는 영리함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조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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