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6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소환함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삭제 의혹 수사는 사실상 수사결과 발표만 남겨두게 됐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고의 삭제' 쪽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문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의 소환조사는 수사결과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수사의 경우 결과 발표를 앞두고 통상적으로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에 관심이 쏠리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정치적 논란만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과 참여정부 인사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데다, 검찰 수사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어 당사자들이 수사결과를 수긍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과학적 증거와 자료를 통해 논란을 없애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진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반쪽짜리 결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의해 청와대에서 생산된 모든 문서는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참여정부 청와대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 (e知園)'에서 대화록 초본을 삭제하고,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대화록 초본이 고의로 삭제된 것으로 보고 삭제에 관여한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구체적으로는 대화록을 직접 녹음하고 초본을 이지원에 올렸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을 지낸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참여정부 인사들은 대화록 수정본이 작성된 만큼 초본을 대통령기록물 이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수정본이 기록관에 넘어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측은 조 전 비서관의 단순한 실수라고 맞서고 있다.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정치적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그 동안 검찰이 보여준 '정치적 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2일 예고도 없이 중간수사결과에 가까운 발표를 하면서 참여정부 인사들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수사결과 발표 때까지 철저히 보안을 지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검찰의 '친절한' 설명으로 정치권은 한동안 대화록 정국에 휩싸이면서 야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됐다. 여기에 여야 의원들의 조사방식에 있어서도 차별을 두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화록 공방이 정치권에서 해결이 안 되고 검찰에 넘어오는 순간부터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했던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일수록 검찰이 사소한 흠이라도 잡히지 않도록 좀더 공정하게 수사할 필요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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