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삼성중공업은 총 1조원 규모의 수주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FLEX LNG사와 17만4000㎥급 LNG 운반선 2척과 드릴십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한 것. 조선시장 불황기임을 감안하면, 그야 말로 '잭 팟'이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116억달러를 수주, 연 목표치의 90%를 달성했다.
수주 호조의 원동력은 LNG선이다. 올 들어서만 지난해의 3배가 넘는 13척을 수주하며 전세계 발주량의 42%를 차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위험한 원자력이나 환경 오염의 주범인 석탄 대신, 천연가스인 LNG가 대체에너지로 각광 받으며 LNG선 발주도 함께 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깊은 불황터널을 지내온 조선산업에 LNG 운송선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쿠시마 참사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 역시 점차 퇴조하면서, 친환경적인 LNG가 에너지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한 결과다.
게다가 LNG의 미래로 불리는 셰일가스가 북미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채굴돼 전 세계적 장거리 운반수요가 늘어나면서 LNG선 발주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LNG선은 일반 컨테이너선 보다 건조가격이 2~3배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어서, 조선사들도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척에 불과했던 전세계 LNG선 발주량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터진 2011년 48척으로 정점을 찍었고, 올해도 현재까지 31척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세계 LNG선 시장은 사실상 국내 조선사들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2011년 48척 발주량 가운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조선사들이 무려 41척을 따냈고, 지난해는 총 30척 발주물량 가운데 24척을 수주했다. 올해 역시 총 31척 중 25척을 쓸어 담으며 80%대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러시아 셰일가스 개발사업인 '야말 프로젝트'의 본격 시작을 앞두고 올 7월 LNG선 16척에 대한 '선표예약'계약을 체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선표예약계약은 선박 건조를 전제로 조선소의 도크를 사전 예약하는 계약으로, 양해각서 보다 구속력과 신뢰도가 커 사실상 수주로 평가 받는다.
국내 역시 원전중심의 발전 정책이 LNG쪽으로 이동하면서, 관련 발주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국내외 사정을 감안하면 LNG선에 대한 향후 전망은 더욱 밝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전세계 수요가 2015년까지 연 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15년 이후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과 수출이 본격화 되고 물동량이 증가하면, 2019년까지는 연 평균 최소 25척 이상의 LNG 선박이 꾸준하게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컨테이너나 벌크 등 저부가가치 선박시장은 중국주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은 LNG와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LNG선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워낙 강해 당분간 먹거리 선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각국에서 LNG 대세론이 힘을 얻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발전단가가 1㎾h당 117.8~125.2원으로 원자력(42.06~47.08원)은 물론 석탄보다도 배 가량 비싸다. 때문에 지난 2월 수립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서도 2027년까지 새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12기인 반면, LNG발전소는 6기에 머물고 있다. 만약 '후쿠시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원전이 다시 부상하게 된다면, LNG 성장속도는 더뎌 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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