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재생용지를 둘러싼 제지업체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1위 한솔제지를 다른 제지회사들이 강력 성토하는 대결구도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0년부터 중ㆍ고교 교과서 및 지도서, 교육방송(EBS) 교재에 대해 폐지가 30% 섞인 우수재활용(GR)인증 재생용지를 사용토록 규정했는데, 최근 들어 이를 놓고 제지사간 마찰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기술표준원 심의위원회는 규격개정심의를 거쳐 용지 생산 공장에 재생용지소재인 탄묵펄프설비를 반드시 갖춰야만 GR 인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설비를 갖추지 못한 경우 1년여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 이달 13일까지 용지공장에 탄묵펄프 설비를 갖추지 못하면 이후 GR 인증이 취소돼 교과서용지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전주페이퍼와 대한제지는 재생용지 생산공장에 탄묵펄프 설비를 갖춰 용지를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한솔제지는 재생용지 공장에 이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13일 이후 인증이 취소된다.
전주페이퍼와 대한제지측은 인증이 만료되는 한솔제지가 내년 교과서 용지를 계속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내년 신학기에 공급될 교과서가 이달부터 인쇄에 들어가는데 뒷면에 'GR 인증을 받은 재활용 종이를 사용했다'는 표기를 하게 된다. 곧 GR인증이 없는 업체(한솔제지)가 교과서 용지를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주페이퍼 등은 한솔제지가 GR인증이 취소되는 13일 이전에 최대한 판매를 늘리기 위해 용지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공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필요 설비를 갖추지 못한 업체가 오히려 가격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공정거래상의 대응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솔제지측은 '현재는 GR인증이 유효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재생용지를 생산하는 장항공장이 아닌 대전공장에 탄묵설비가 갖춰져 있다. 국내 용지시장의 1% 미만인 교과서 용지 때문에 탄묵설비를 또 만들거나 옮길 수는 없는 것 아닌 가. 어쩔 수 없이 13일 이후 GR인증을 상실하게 됐지만 그 이전에는 인증이 유효하니 적극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용지 가격이 정가가 있는 게 아니니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제지업체들은 어차피 교과서 용지시장에서 떠날 한솔제지가 마지막까지 '시끄러운 퇴장'을 하는 건 상도의에도 어긋난다며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