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52) 시인은 7일 오전 9시50분쯤 감색 양복 차림으로 전주지법에 나타났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안 시인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죄를 기대한다. 결과가 나온 후 인터뷰를 하겠다"고 밝힌 뒤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국민참여재판을 둘러싼 논란으로 세간의 관심이 쏠린 탓에 이날 전주지법 1호 법정에는 재판 전부터 지지자와 취재진 1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65석의 방청석이 가득 차 일부는 법정에 들어가지 못했다. 법원 방호원과 공익근무요원 10여명이 유죄 선고 시 발생할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재판석 주변을 배치됐다.
안 시인은 지인들에게 목례를 한 뒤 피고인석에 앉았고 법정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안 시인과 지지자들의 얼굴이 굳어져갔고 결국 후보자 비방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 시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긴 한숨을 내쉬며 "(나는) 재판관이 쳐놓은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한 게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묘기를 부렸다. 최고 권력자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충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기소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물타기"로 규정하고 " 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이제 국민이 믿게 될 것인가"라며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변호인인 이광철 변호사는 "안 시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국민참여재판에 회부된다면 부산이건 서울이건 어디서든 똑같은 배심원 평결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재판부가 결국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전원 일치 무죄 평결을 뒤집었다. 배심원들과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것으로 본다.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를 거슬렀다"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는 배심원 선정 과정을 주재했으면서 이제 와서 배심원들을 의심하고 깎아 내리면서 평결을 뒤집었다. 이것이야말로 감성 판결이며 정치적 판결이다. 재판부에 모욕당한 배심원들께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 '너에게 묻는다'로 유명해져 '연탄 시인'으로 불리는 안 시인은 1985년 이리중 교사로 부임한 뒤 전교조 가입 이유로 해직과 복직의 아픔을 겪고 교직을 그만뒀다. 1997년 이후 전업시인으로 활동하다 2004년부터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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