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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8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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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8일] 버스

입력
2013.11.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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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버스를 자주 타는 사람들은 버스들마다 나름의 질서와 풍속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같은 노선의 버스들끼리는 길에서 서로 엇갈려 지날 때 기사님들끼리 서로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풍습에서부터, 번잡한 정류장에서는 원래 내리는 문으로 쓰이는 가운데 출입문으로 승객이 타는 것을 허용하는 풍습까지 여러 가지다. 버스를 자주 타다 보면 또 버스를 보다 편하게 타는 지혜 같은 것도 생기게 된다. 같은 노선에서 버스들이 운행 간격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데, 운이 나쁜 승객은 평소보다 훨씬 오래 버스를 기다리는 고역을 맛봐야 한다. 웬일인지 그 버스에 평상시와는 다르게 승객들이 가득 타고 있으면 이 버스는 운행주기가 매우 늦은 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앞에 가고 있는 버스와 너무 멀리 떨어져서 늦게 오는 바람에 정류장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다 태울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만원버스가 돼버린 것이다. 이럴 때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다음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틀림없이 다음에 오는 버스는 훨씬 빨리, 그리고 훨씬 적은 승객들을 태우고 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운행주기가 15분인 버스를 5분만 기다리고도 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운이 좋으면 빈 좌석도 만날 수 있다. 이런 작은 기쁨이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하면 오버겠지?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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