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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살리려면 월급부터 올려라

입력
2013.11.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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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기업과 근로자간 소득배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주요국 중 우리나라가 불균형 폭이 가장 많이 확대된 나라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런 부의 불균형한 배분이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간소비 확대의 주된 장애요인으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들이 직원 월급부터 올려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소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득 비중은 2000년 69%에서 2012년 62%까지 하락했다. 반면 기업소득은 같은 기간 17%에서 23%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드는 속도는 OECD 24개국 중 헝가리 폴란드에 이어 3번째로 빨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민간소비, 나아가 나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소득이 증가할 때 늘어나는 민간소비 증가효과는 가계소득에 비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를 시계열 분석해 보면, 가계소득이 1% 증가할 때마다 민간소비가 0.8~0.9% 높아지지만, 기업소득 1% 증가에 의한 민간소비 증가는 0.1~0.2%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가계소득이 늘면 지출도 덩달아 늘어 경제가 살아나지만, 기업소득은 늘어봤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가계소득 비율이 1% 하락할 때 민간소비 비율은 0.53%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비중의 축소가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건데, 가계소득 비율이 2000년 당시인 69% 수준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면 민간소비비율은 현재의 52%보다 4%포인트 높은 56%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가계소득 비중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한계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 지연 탓으로 돌리는 일부 주장들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최근 자영업자(비임금근로자) 비중이 줄어들면서 이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임금근로자로 옮겨가면서 평균 가계소득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자영업 몰락에도 경제 전체의 고용률이 60%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결국 우리나라 가계소득 비중 하락은 자영업의 몰락 때문이 아니라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를 합한 취업자의 상대적 소득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취업자 1인당 소득은 2000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102% 수준에서 2012년 92%로 급감했다. 이 기간 회사는 부자가 됐는데,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경영성과를 적게 배분 받았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민간소비 수준은 가계소득에 비해 무려 6.6% 높은 '과잉소비'상태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지윤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가계소득 확대가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민간소비 확대는 가계저축률 하락과 가계부채 증가 등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간소비를 늘리려면 고용과 근로소득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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