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장에 취임해 줄곧 친정부적 성향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던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당의 공격을 받는 '낯선'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달 22일 인권위가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우려를 표하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이 발단이 됐다. 현 위원장은 성명에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규약을 시정하라고 요구한 근거(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제2항)는 인권위가 2010년 결정을 통해 조합원 자격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며 "교사와 공무원의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던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민주당 박민수 의원은 전교조 사태에 대한 인권위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현 위원장에게 "인권위 입장에서 이번 조치가 잘못 됐다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현 위원장은 "아쉽다고 생각한다"며 동의를 표했다.
그러자 곧 여당의 역공이 시작됐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정부가 당연히 불법인 것을 고치라고 규약 시정을 요구한 것이 국제사회와 약속한 교사의 노조활동 보장을 파기한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현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이어 "전교조가 법외노조를 스스로 택한 것은 법령에 어긋난 규약을 시정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 것"이라며 "현 위원장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전교조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기 전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발표해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며 "인권위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을 국내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인권위가 재권고나 긴급구제를 했어야 했지만, 위원장 성명으로 대체하는 데 그쳤다"며 인권위의 부적절한 대응을 지적했다. 은 의원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전교조 문제에 대해서 3번이나 개입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현 정부의 이런 행태는 ILO 탈퇴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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