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대체 언제쯤 타자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여기저기서 들리는 힐링이라는 단어는 젊음을 타자화하는 한국 사회 내 고질적 폭력의 단면이다. 말 안 듣는 청춘을 잘 다독여 쓸 만하게 만들겠다는, 기성세대의 불순한 의도가 묻어나는 이 단어는 진짜 청춘들의 속을 배배 틀리게 할 만하다. 이럴 땐 강력한 반격이 필요하다. '지금은 생각 없이 방황하지만 얼른 정신 차리고 어른이 되겠습니다'가 아니라 '천 년의 바위가 되느니 차라리 찬란한 먼지가 되겠다(시인 유희경)'고 외치는 호연지기가 나와야 할 때다.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은 그런 것이다. 사진 속 젊은 남녀는 완전히 벌거벗은 채 파티장과 록 페스티벌, 광활한 초원 위를 뒹군다. 유일한 소유물인 새파란 몸뚱이는 시침 하나만 움직여도 금방 주름지고 삭아버릴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시간표에 맞춰 야무지게 자기계발을 하는 '범생이' 청춘들과 달리 이들은 그저 속절없이 청춘을 흘려 보낸다.
어느 쪽이 옳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세상에서 밀려난 듯한, 밀려나야 마땅한 듯한 그들이 사진 속에서는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치유와 갱생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을 타자로 만든다. 그의 사진은 대책 없는 청춘에 왕관을 씌워 준다.
1977년 미국 뉴저지 출생인 맥긴리는 25세에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최연소 작가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0대 때 처음 카메라를 갖게 된 뒤로 담벼락에 그래피티를 그리거나 파티에서 취해 널브러진 친구들을 찍으면서 사진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10대의 불안과 방황을 옹호하는 청춘의 대변자처럼 여겨지면서, 그의 전시가 열리는 날에는 젊은이들이 전시장 앞 도로를 차단하고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맥긴리의 사진은 작가의 나이가 서른에 접어드는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스냅샷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의외성, 진실성 등의 전형적인 미학을 버리고 완벽하게 연출된 상황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 초기작이 부서질 것 같은 청춘의 아슬아슬함을 포착했다면 최근작에서는 매끈하게 정제해 액자에 넣어둔 것 같은 젊음을 볼 수 있다.
대림미술관에서 7일 시작하는 '라이언 맥긴리_청춘, 그 찬란한 기록'은 미국 사진예술의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그의 작품 세계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다. 지난 14년 간 작업한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2000년대 초 뉴욕 생활을 기록한 초기작부터 미국 전역을 횡단하며 찍은 '로드 트립' 시리즈,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표현한 '애니멀' 시리즈 등이 전시장 2, 3, 4층에 걸렸다.
6일 전시를 위해 한국에 온 맥긴리는 "나에게 청춘은 낙천과 자유를 의미한다"며 "젊은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반항의 정신, 끊임 없이 '왜'를 묻는 태도가 내 작품의 주제"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열린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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