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뜻밖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삼성이 장막을 걷어내려 한다'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는 삼성전자가 8년 만에 증권사 애널리스트 350여 명을 초청,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기로 한 '애널리스트 데이'를 다뤘습니다. 내놓고 칭찬한 건 아니었지만 '장막을 걷는다'는 제목이 보여주듯, 비밀주의를 고수해온 삼성전자에 개방적 변화조짐이 보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야 한다는 톤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뜻밖'으로 여겨졌던 건 NYT가 그 동안 삼성전자에 보여줬던 차가운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NYT는 지난달 3일자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첫 '스마트 워치' 갤럭시기어를 향해 "아무도 이 시계를 사지 않을 것이고 사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고, 앞서 4월에는 갤럭시S4를 두고 "더 이상 혁신성이나 참신한 감성을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NYT는 1등 회사에 대해 칭찬 안 하기로 유명합니다. 미국의 자존심인 애플과 라이벌 관계를 감안할 때 더욱 그랬던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삼성전자도 NYT의 비판에 대해선 무덤덤하게 여기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기사는 지금까지 NYT가 다뤘던 삼성전자 제품 평가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다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도 의외란 반응 속에 진지하게 느끼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기로 한 건 시장과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여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음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린 적이 있었는데, 이건 실적의 문제가 아니라 애널리스트와 소통부재가 낳은 결과였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였습니다. 중단됐던 애널리스트 초청행사를 8년 만에 다시 열고, 이 자리에 삼성전자 수뇌부가 총출동하게 된 것도 결국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NYT 기사에 인용된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순익을 올리는 것으로 족했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덩치가 커지고 실적이 좋아질수록 폐쇄적으로 되어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진짜 적은 애플이 아니라, 이런 '타성의 괴물'일지도 모릅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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