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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6일] 한국문화 알릴 기회 ITU 전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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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6일] 한국문화 알릴 기회 ITU 전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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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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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 한다.' 이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동의하지는 못해도 문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가까운 사례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반지의 제왕'을 들 수가 있다. 일명 '프로도 경제효과'라는 신마케팅 용어를 탄생시킨 영화다. 이 영화의 제작팀이 뉴질랜드에서 2억5,000만 달러를 사용했는데, 약 1만5,000여 명의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를 이뤄냈고 총 3억6,000만 달러라는 경제적 효과를 거두게 했다. 이는 곧 국가 이미지 상승과 연결되어 4,800만 달러에 이르는 광고효과를 누렸고 이후 관광객이 연 평균 5.6% 늘어 38억 달러에 달하는 관광 산업을 창출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다.

문화의 경제효과는 굳이 해외 사례를 들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스타 '싸이'에도 적용된다. 지금까지 유튜브 조회수 17억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강남스타일'은 이제는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한 편의 경제효과가 1조원을 넘어섰고, 대통령은 이를 "창조경제의 대표사례"라고 했다. 문화 콘텐츠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영화 '반지의 제왕'과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은 문화 콘텐츠가 경제효과를 불러온 측면에서는 같지만 확산의 측면에서 본다면 본질적으로 다르다. '강남 스타일'은 현지 배급사 없이 '유튜브'라는 신매체를 활용해 온라인만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온라인이라는 통신 기술이 문화확산에 걸리는 시간의 장벽을 사라지게 한 것이다.

우리는 세계인을 사로잡을 좋은 문화 콘텐츠를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 분야에 국한된 게 아니라 음악, 영화, 댄스,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다. 이 콘텐츠들은 이제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매체를 타고 더욱 빠르게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우리의 문화가 전 세계 곳곳으로 스며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게 된 데에는 다양한 기업체의 노력도 있지만, 그 이전에 정보통신에 대한 세계적인 약속과 질서가 잡혀있었던 게 한몫했다. 이러한 약속과 질서가 없었다면 해외와의 통화에서부터 위성 방송 등이 지금처럼 운영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더욱 빠르게 세계인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인터넷 또한 서로간의 상호 호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통신, 방송, 인터넷 등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는 바탕에는 통신 기술, 국제 전파 표준 마련, 인터넷 정책 등을 결정하는 국제기구가 있었다. 바로 유엔 산하의 국제전기통신연합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다. ITU 전권회의는 4년에 한 번씩 국제회의를 여는데, 내년 10월 부산에서 개최된다. 전세계 193개국의 정보통신 분야 장관들, 관련 분야의 수 백 여개 기업이 모여 한 달 여 동안 세계 정보통신 정책을 조율하고 결정하게 되는 자리이다.

이번 전권회의에서는 예년과는 다르게 세계의 최첨단 신기술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대형 전시회도 병행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ICT 신기술과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문화 컨텐츠가 융합된 전시는 전 세계인에게 한국의 문화를 다시 한번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기술은 사람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사람을 변화시키진 못한다. 반면 문화는 사람의 정신과 습관, 더 나아가 관습을 변화 시킨다. 그렇기에 '2014 ITU 전권회의'가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지금은 통신 기술의 인프라가 갖춰진 시대다. 문화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경제를 지배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의 ICT 기술로 우리의 문화가 더욱 빠르게 알려지고 전 세계에 전파되길 기원한다.

고석만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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