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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스모그 낀 날 노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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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스모그 낀 날 노릴라"

입력
2013.11.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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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중국의 잿빛 독성 스모그가 국가 안보마저 위협하고 있다. 1,000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의 공안용 감시카메라도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스모그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모그가 중국인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생식기능까지 저하시킨다는 공식 보고서도 나왔다.

중국자연과학기금위원회는 최근 민간과 군(軍) 연구팀에 스모그로 인해 감시카메라가 제 기능을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지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국무원 산하의 이 기구가 이러한 주문을 한 것은 중국 전역을 뒤덮고 있는 스모그가 중국 정부에겐 국가 안보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56개 다민족 국가를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로 꾸려가고 있는 중국은 사회 안전망 확보라는 명목 아래 전국에 이미 1,000만대 이상의 감시카메라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도 베이징(北京)에는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상하이(上海)에서는 한 교차로에 무려 60개의 감시카메라가 있는 것이 포착될 정도다. 광저우(廣州)시가 지난 5월 감시카메라 설치 등을 위해 통과시킨 예산액은 무려 25억위안(약 4,400억원)이다. 그런데 이런 감시 시스템이 최소한의 가시거리마저 확보할 수 없는 스모그로 인해 먹통이 된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일각에선 테러리스트들이 스모그가 낀 날을 골라 공격을 감행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선 위구르인 일가족의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賓)시에선 가시 거리가 3m도 안 되는 스모그가 발생, 신호등을 분간할 수 없게 되자 대중교통 운행마저 중단되고 고속도로 등도 폐쇄됐다.

그러나 공안 당국이 아닌 일반 중국인들에게 스모그의 가장 큰 두려움은 건강을 위협한다는 데 있다. 중국사회과학원과 중국기상국이 4일 스모그가 중국인의 수명은 물론 생식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기후변화대응 2013)를 내놓자 중국 네티즌은 이날 충격에 빠졌다. 스모그가 평균 수명을 5.5년 단축시킨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적은 있지만 당 직속 기구와 국가기관이 이를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는 석유화학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스모그가 잦아지고 있다며 스모그가 이미 기후 환경 건강 경제 방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망률을 높이면서 만성병과 호흡기 및 심장 관련 질병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폐의 기능과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고 인체의 면역 구조까지 바꿔 놓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최근 8살 어린이가 스모그 속에 포함된 미세먼지로 인해 폐암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장쑤(江蘇)성에서는 최근 8살 여아가 폐암에 걸린 사실이 확인돼 화동(華東) 지역의 최연소 폐암환자로 기록됐다고 관영 중국신문사가 전했다.

중국 국무원은 이미 지난 9월 종합 대기 오염 대책 등을 내놨지만 계획대로 된다 해도 최소 5~10년은 지나야 공기 질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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