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감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주채무계열 대기업이 13개 이상 늘어나고, 부실 징후만 있어도 관리대상에 들어간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주채무계열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제도 정비 방안'을 내놨다. 부실 징후가 있는 대기업을 사전에 선별해 효과적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주채무계열 선정기준을 현행 '금융권 총신용공여액*0.1%'에서 '금융권 총신용공여액*0.075%'으로 확대했다. 그간 현대와 동양 등 은행 여신은 적고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주채무계열은 2009년 45개에서 지난해 34개, 올해 30개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또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거부하거나 약정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주채무계열에 선정되면 재무구조 평가 대상이 되는데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약정체결을 거부하면 회사채 등을 발행할 때 '약정체결을 거부해 은행권 차입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내용을 공시토록 해 사실상 약정을 강제하도록 했다. 또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채권은행이 경영진 교체 권고, 금리 인상 등 현실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주채무계열 중 관리대상계열을 신설한 것은 부실 징후가 보이는 기업을 별도 관리하기 위해서다. 3년 연속 관리대상 계열로 선정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두산과 한진중공업 등 취약업종의 기업을 주력 계열사로 둔 곳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말 기준 두산의 부채비율은 349%, 한진중공업은 240%다.
금융위가 주채무계열과 약정 제도 정비에 나선 이유는 웅진과 STX, 동양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무너지는 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웅진의 경우 지난해 4월 평가 결과 '정상' 판정을 받았지만 9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STX는 2012년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을 하고 자구계획을 이행해 왔지만 1년도 안돼 부실이 드러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정부가 은행을 통해 대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상 국내 모든 대기업이 관리 대상에 들어간데다 감시 항목과 대상, 제재까지 강화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기준인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의 숫자가 60여개인데 그 중 40개 이상이 주채권은행과 정부의 감시를 받으며 경영 활동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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