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취업준비 하면 다 떨어집니다"
중견 제조회사에서 근무하는 김하엽(27)씨는 지난해 취업 전 참석한 한 스터디 모임에서 혼쭐이 났다. 모의면접 중에 어쭙잖은 정보를 토대로 판에 박힌 말만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 참석하기 전까지 1년간 약 100개 기업에 취업원서를 내 모두 낙방했던 김씨는 왜 번번히 떨어졌는지 그 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이후 5곳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씨가 참여한 스터디그룹는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의 취업도우미 인터넷카페 '생.각.나.(생각을 바꾸면 나도 직장인)'가 주최한 오프라인 모임이었다. 그저 기업정보나 좀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처음 생각과 달리, 유영식 중경련 상무가 10명 안팎의 구직자들과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기업분석, 모의면접 등을 진행했다. 김씨는 "일반 취업 카페는 운영자들과 연락이 불가능한 탓에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구조인데, 생.각.나.는 중견련 관계자들이 개별적인 관리를 해주는 등 취업준비의 깊이 자체가 달랐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중소ㆍ중견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회사 홈페이지가 없어 구직자들이 정보를 얻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경제단체들이 나서 하나 둘씩 기업정보제공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알토란같다는 평가다.
지난해 개설된 생.각.나.가 대표적인 예다. 카페에는 700개 알짜 중견기업의 연봉, 매출액, 연혁, 복지 등 기본정보와 함께 회사대표 인터뷰까지 준비돼 있다. 김씨는 "생.각.나. 카페를 통해 알게 된 기본정보와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한 기업분석이 합쳐져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마일스토리지 (知)' 사이트도 기업정보 제공의 일환이다. 구직자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중진공이 직접 발굴한 '으뜸기업'(우수 중소기업)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까지 970개 업체가 으뜸기업으로 선정됐고, 총 408명의 구직자들이 스마일스토리지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 낫소 골프에 입사한 신동훈(28)씨는 "100여명으로 구성된 대학생 기자단이 각 기업을 취재한 뒤 임직원들의 인터뷰와 사진 등을 올린다"며 "아무래도 비슷한 시기에 취업준비를 해야 할 대학생들의 시선이 녹아 있어, 다른 취업사이트에 비해 높은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있던 기업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들도 있다. 5일 첫 출근예정인 장현석(25)씨는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보 사이트 '코참비즈'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다트'를 적극 활용했다. 장씨는 29만개 기업이 등록돼 있는 코참비즈를 통해 자본금 매출액 등 기본정보를 얻고, 다트를 통해 재무재표를 확인했다. 장씨는 면접에 들어갈 때마다 면접관으로부터 '혹시 주식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기업 사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취업준비 두 달 만에 5곳으로부터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오히려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면접장에 가지 않을 정도로 큰 어려움 없이 사회초년생이 됐다.
이처럼 경제단체의 취업정보 시스템은 실속 있는 정보와 실질적 도움이 되는 취업가이드가 넘쳐난다는 게 이용해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구직자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재호 중진공 인력개발처장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홍보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장학재단과 연계해 취업박람회를 여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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