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과 같다. 멈추려고 하는 순간 넘어지고 말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경제성장 자전거론'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돈을 풀기 보단 정부의 권한을 축소해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제2의 개혁개방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9일부터 나흘간 이어질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3중전회)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지난달 2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화전국총공회(전국공회)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경제 상황 보고'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고 공인일보(工人日報)와 신화통신 등이 4일 전했다. 그는 먼저 "개발도상국인 중국에게 경제의 발전은 다른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이자 관건"이라며 "그러나 경제성장률(GDP)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바로 취업 문제로, 성장의 이유도 결국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사회의 안정을 담보할 연간 1,000만개의 신규 취업을 위해선 최소 7.2%의 경제 성장률이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재정적자를 확대하지 않고 화폐량을 늘리지도 않으면서 안정적 성장을 하려면 자전거를 탈 때 멈추면 넘어지게 되는 것처럼 계속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개혁의 보너스(혜택)를 전 인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개월 간 10여개 기관을 쫓아 다니면서 어렵게 허가를 받아 서점 문을 열었으나 유리창 색깔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문을 닫게 된 한 청년의 창업 실패 사연을 소개한 뒤 "정부의 구조를 간소화하면서 권한을 대폭 이양(簡政放權),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리 총리는 이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혁추진 ▦구조조정 ▦내수확대 ▦개방확대 등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18기3중전회를 앞둔 시점에 나온 리 총리의 이러한 언급은 1978년 11기3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공식 채택된 데 이어 35년 만에 제2의 개혁개방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사상의 해방을 통해 문화대혁명의 과오에서 벗어나 시장 사회주의를 도입한 것이 제1의 개혁개방이었다면 사회 생산성을 해방시켜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 현존하는 폐단들은 철폐하는 것이 제2의 개혁개방이란 얘기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2일 "중국이 개혁개방의 대문을 닫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개혁개방에는 진행하는 시기만 있지 완성되는 시기는 없다"고 밝혀, 지도부 내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정치 체제 개혁안이 논의될 것이란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중앙정치국이 '개혁을 전면 심화하는 데 대한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18기3중전회에 상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 문건은 전 지도부가 추진하려다가 못한 수입분배 개혁 방안 등이 담겨있고, 정치체제 개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옌수한(嚴書翰) 중국과학사회주의학회 부회장도 최근 "당내 민주화를 활성화할 정치개혁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공산당은 당 대회를 통해 새 중앙위원회를 구성하면 1중전회와 2중전회에서 당정군 인선을 마친 뒤 3중전회에서 새 지도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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