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첫 비수도권 지역 발전 정책으로 '지방 중추도시권 육성 계획'을 내놓았다. 핵심은 지방 구도시의 낡은 시설을 개량하는 도심 재개발에 있다. 하지만 이전 정부들이 추진한 지역발전 정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전 사업과 뚜렷한 차별성이 없는 또 다른 개발정책을 내어놓은데다 구체적 재원마련 대책도 없어 벌써부터 회의론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4일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 개념인 '지역행복생활권' 정책의 실현을 위해 '지방 중추도시권'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의 지역개발 정책이 지방 도시 외곽의 신도시 개발에 중점을 둔 반면 중추도시권 사업은 낡은 지방 도시를 개량해 도심권 개발의 효과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방 중추도시 자격은 인구 100만명급 대도시 또는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지방도시가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동일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으면 돼 부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와 전북 전주ㆍ군산ㆍ익산시 등 15곳 안팎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중추도시권 육성 정책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에 대해 담당자가 매끄러운 대답을 내놓지 못해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우선 지난 정권의 지역개발 정책과의 연계성 문제다.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혁신도시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소극적 자세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기업도시 역시 경기침체 장기화로 허허벌판인 곳이 많다. 이명박 정부가 약속했던 2∼3개 광역 시ㆍ도를 묶어 자생력을 강화한다는 '5+2' 광역경제권 개발 전략은 올 7월 지역발전위원회가 사실상 폐기된 상황이다. 그런데 중추도시권 대상지역은 '5 + 2' 광역경제권 개발의 중심이었던 5대 광역시뿐 아니라, 참여정부 때의 원주ㆍ김천 등을 중심으로 한 혁신도시와 태안ㆍ충주 중심인 기업도시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 "장기간 지체되고 있는 혁신ㆍ기업도시부터 마무리하거나 이미 마련된'5+2'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것이 순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지역간 합의를 통해 무리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중소도시 2개를 묶는 것은 '청주ㆍ청원' '마산ㆍ창원ㆍ진해' 등 통합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행정도시 통합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재원마련 방안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내년 '중추도시권' 예산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편성하고 중추도시권이 요구하는 사업에 예산의 최대 20%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중 신규예산은 전무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의 구도심 재개발사업들을 모아 중추도시권 사업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구도심 민심을 잡기 위한 홍보용이라는 의심도 피하기 힘들다. 국토부 관계자도 "예산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조성렬 동아대 교수는 "지방 중추도시권 개발 정책은 그 기본이 중추도시권에 선정되기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을 부추기는 형태여서 불필요한 지역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정수 국토부 지역정책과장은 "중추도시권 지정은 지자체간 합의를 최우선으로 해 지역간 갈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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