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과 도록 가 발간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국제 실크로드 학계에서 경주 동단(東端)설을 입증할 수 있는 학술적 근거가 마련됐다.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정수일 소장은 4일 경주에서 열린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성과보고회'에서 1,900여개의 표제어를 담은 사전과 실크로드 오아시스육로의 사진 등을 담은 도록을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헌정했다.
정 소장은 이날 "사전을 편찬하면서 실크로드 3대 간선의 동쪽 끝이 중국이라는 진부한 통념을 깨고 한반도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1,089쪽에 이르는 실크로드 사전은 관련 단어를 언어적으로 풀이한 사전이 아니다. 실크로드와 관련된 내용을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문명교류학의 최대 역작이다. 사전은 일반적으로 엮음(編)이 상례지만 정 소장은 엮음(編)과 지음(著)을 같이 한 '술이작'(述而作)을 지향했다. 선인의 학설이나 이론을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롭게 발전시킨 것이다.
정 소장은 "130여년전 실크로드 개념이 문명교류의 통로로 제시된 후 동서양 학계가 꾸준히 연구, 나름 성과는 있었지만 실크로드 개념을 비롯한 근본 문제에서 이론이 분분해 구태의연한 통설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학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따라 정 소장은 제작 초기부터 세 가지를 염두에 뒀다. 우선 실크로드의 학문적 정립이다. 실크로드를 단순한 교역로나 오아시스 육로의 단선만으로 인지하거나 유라시아 구대륙에만 한정하는 등의 편견을 바로잡고 지구적 문명교류 통로로 자리매김토록 했다. 또 실크로드를 통해 전개된 문명교류 실상을 조명했다. 여기다 실크로드에서 소외됐던 한국의 위상을 복원한 것이다.
정 소장은 이를위해 외국서 간행한 실크로드와 문명 관련 서적과 자신의 저술, 세계적 여행기, 현장 답사자료 등을 참고, 총 1900여개의 표제어를 작성하게 됐다. 실크로드나 문명교류의 기본개념이나 중요사항과 관련된 경우 절제된 사전 문형의 격식을 벗어나 학습서나 참고서를 방불케할 정도로 상세하게 논술한 것이 이 책의 특색이다.
'실크로드의 3대 간선과 5대 지선'이라는 항목을 보면 '동서 3대 간선은 초원로(스텝로), 오아시스로, 해로라고 명명했다. 5대 지선은 마역로, 라마로, 불타로, 메소포타미아로, 호박로다'며 길마다 상세한 해설과 지도를 곁들이고 있다.
정 소장은 "과 , 등 우리 고전 속에 그려진 실크로드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재현하는데 유념했다"며 "세계 4대 여행기 중 3대 여행기를 역주하면서 현장성이 있는 길을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의 내용을 보완, 가칭 을 펴낼 계획이다.
한편 도록 에는 올해 현장 취재와 촬영을 통해 수집한 2만여장의 자료 중 590매의 사진과 지도가 실려있다.
정 소장은 "실크로드는 사막이나 풀밭, 바닷물에 묻혀버린 죽은 길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길이며 인류역사의 어제를 오늘로 이어주는 길"이라며 "우리 역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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