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 금리상승으로 국내 가계부채가 악화할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4일 계간 '상장협 연구'에 실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는 국내 금리상승을 초래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상환부담을 증가시켜 한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미국금리가 오르고, 국내금리도 시차를 두고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 연구원은 "한국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늘면서 국내금리와 미국금리간 상관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 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앞으로 1%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이며, 한국의 시장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ㆍ기업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연간 11조1,000억원과 14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가계 대출금리 상승 여파로 가계부채발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상승으로 가계의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주택가격은 떨어지고, 연체율도 상승하게 된다. 이 여파로 상호신용금고 등 2금융권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
기업들도 차입금 의존도가 60%이상인 조선, 해운, 건설 등 금리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확대된다. 정 연구원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금리취약기업에 대한 대출비중이 12.8%(지난해)에서 15.6% 높아지고,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과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 부실채권)이 각각 1조3,000억원, 2조8,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출에서 신흥국 비중(57.9%)이 선진국 비중(42.1%)보다 높아서 미국 경제회복 온기가 신흥국의 수출 증가로 확산하기 전까지는 국내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 연구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긴급위기대응책을 마련하고 선제적 자금 조달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신흥국에 비해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선진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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