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금리(LIBOR)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각종 거래에서 확고한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국제채를 발행할 경우, 금리는 발행 시점의 리보금리에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붙여 '리보+∝'로 표시되는 식이다. 리보금리는 그렇게 대출이나 각종 국제채의 발행 및 유통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 2008년 리보금리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건이 불거졌다.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유력 은행들이 공모해 리보금리를 조작한 것이다. 리보금리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20개 글로벌 은행의 조달금리를 취합해 양 극단 금리 각 2개씩 4개를 제외한 16개 금리의 평균치로 산정된다. 그런데 최근까지 진행된 조사 결과, 20개 은행에 포함되는 바클레이즈와 UBS 도이체방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이 왜곡된 금리를 BBA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돼 수십 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
▲ 리보금리 조작 파문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글로벌 은행들의 환율조작 사건이 또 불거졌다. 국제 통화시장에서 절대적 지표로 쓰이는 'WM/로이터환율' 시스템의 고시가격을 왜곡시킨 것이다. 이 시스템은 세계 각국 통화의 기준시세를 각각 1시간, 또는 30분 단위로 고시하는데, 기준시세는 고시 전 60초 간 거래된 가격의 중간값으로 정해진다. 이번에도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굴지의 글로벌 은행들이 공모해 60초 동안 거래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환율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이제 금리나 환율, 주가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 결정은 전적으로 자유시장에 맡겨진 상태다. 그런 만큼 실제론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몇몇 주도자들이 가격을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일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국내 은행들의 CD금리 조작도 그런 사례인 셈이다. 하지만 비리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시장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배적 지위를 가진 시장 주도자들의 가격 조작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융시장의 탐욕과 불완전성을 반영하는 고질적 문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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