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중국집에 갔다.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 터라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자리가 될 것이었다. 우리는 요리 하나와 맥주를 주문했다. 주인이 개인접시와 서빙스푼을 함께 내오자, 동료가 물었다. "그냥 먹을까요, 각자 접시에 떠먹을까요?" 그와 나의 사이에 퍽 어울리는 질문이었다. 3년을 함께 일했지만 작업은 각자 집에서 해온 편이라 자주 만나지는 않은 사이. 그래서 약간은 서먹한 사이. "그냥 먹죠. 어차피 국물음식도 아닌데." 나의 대답에는 그 서먹함을 덜어보려는 마음도 섞여 있었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국물음식 쪽으로 넘어갔다. "예전에는 찌개 하나에 숟가락 담그면서 잘 먹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안 되죠?" 그는 언젠가 큰 학술대회의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무슨 전골요리가 나왔는데, 호호백발의 원로께서는 오랜 습관대로 아무렇지 않게 냄비 속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져가고, 연배가 좀 낮은 한 사람은 아예 그 음식에 입을 대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원로께서, 식사가 끝나갈 즈음에 눈치를 채셨어요. 너무 당황해 하시더라고요. 그 젊은 친구는 또 어르신을 무안하게 만든 셈이 되었으니 어쩔 줄 몰라 하고요." 밥상의 에티켓이 바야흐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라 우리는 때로 난감해지고 때로 미안해진다. 어느 나라, 어느 때에나 으레 있는 일인 걸까. 아니면 우리가 사는 이 나라, 우리가 사는 이즈음이 특히 더 그런 걸까.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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