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사이드암 이재학(23)은 생애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을 받자 병상에 있는 할머니를 떠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기쁠 때나 슬플 때 곁에는 항상 할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두산에 입단한 이재학은 프로 유니폼을 입고 할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손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할머니는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투병 중인 탓에 올해 손자가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서는 장면을 현장이 아닌 TV로 지켜봐야만 했다.
이재학은 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98표 중 77표를 얻어 신인왕을 차지한 뒤 "어렸을 때부터 잘 키워준 할머니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상을 가져다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서야 잘 되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아프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재학은 2010년 16경기에서 1승1패에 평균자책점 5.01을 남긴 뒤 팔꿈치 통증으로 2011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 해 겨울 2차 드래프트로 NC에 새 둥지를 튼 그는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15승2패 평균자책점 1.55를 올렸다. 그리고 올해 1군 무대에서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로 꽃망울을 피웠다.
이재학은 신인왕 수상 여부를 쉽게 장담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10승을 거둔 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이 포스트시즌에 맹활약하는 것을 보고 조마조마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포스트시즌 결과가 반영되기 전 투표를 마감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살짝 안도했다.
이재학은 "마지막에 (유)희관이 형이 잘해 50% 득표율도 못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포스트시즌 전에 투표가 끝났다"며 웃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계기로 2차 드래프트를 꼽은 그는 "NC행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즌 전에 10승, 3점대 평균자책점, 신인왕을 마음 속에 목표로 담아두고 있었다. 목표를 모두 달성해 기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승을 더하고 싶다. 조금, 조금씩 목표를 올려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꾸준히 빛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해봤다. 지금처럼 생각하면 징크스가 될 것 같아서 그냥 생각 없이 올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하겠다. 올해 잘 통했던 체인지업은 상대 타자들이 내년에는 준비하고 나올 것 같아 새로운 구종을 준비하겠다. 커브를 장착하면 선발 투수로써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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