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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4일] 가계저축률 하락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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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4일] 가계저축률 하락의 허와 실

입력
2013.11.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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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10월 29일)은 저축의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신문이나 방송에서 가계저축률이 너무 낮다고 걱정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과거 20%를 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고도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락을 거듭하여 최근에는 3% 대에 머무르고 있다. 저축은 각 가계의 입장에서 볼 때 미래에 대한 대비이자 경제 전체의 입장에서는 투자 및 자본축적의 원천으로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3개국의 평균인 6.6%(2009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저축률을 여러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왜 이렇게 낮아졌을까? 우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소비성향이 커진 데다 정부도 내수경기 진작을 위하여 소비를 권장하면서 저축률이 하락했다는 설명이 있다. 저축은 소득에서 소비를 뺀 나머지이므로 소비가 늘면 저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소득의 증가가 소비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계소득이 얼마 늘어나지 못하는데 불가피한 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저축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래 기업소득의 증가율은 평균 20%를 훨씬 웃돌지만 가계소득은 6%대에 그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 부담의 증가도 가계저축률의 또 다른 하락 원인이다. 국민연금 등은 실제로 가계가 부담하지만 통계상 정부의 저축으로 계상되기 때문에 사회보험 부담금의 증가는 정부 저축률의 상승과 동시에 가계 저축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가계저축률의 하락 원인에 대한 분석은 대부분 타당하지만 정작 중요한 설명 한 가지가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97년 외환위기 이전부터 경제생활을 해온 사람의 하나로서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여전히 부지런히 일하고 근검절약 생활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과소비가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지만 이 역시 일부 계층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가계저축률이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특별히 달라진 것으로 저축의 패턴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항목 가운데 주택 등 부동산이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우리 국민의 대표적인 투자 수단은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이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주택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정부가 금융시장의 신용배분에 직접 개입하여 가계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제한하였으며 이로 인해 가계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집을 사려면 저축을 통해 목돈을 마련해야 했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크게 완화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였으며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우선 사고 나중에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집값의 상승률이 은행 이자율을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이런 투자방식의 인기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의 상환이 가계저축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이자 지급은 가계소득에서 바로 차감되어 가계소득 자체를 줄인다. 2000년 이래 가계소득을 구성하는 항목들 가운데 순이자소득이 크게 감소하였는데 이는 수취이자 증가율은 거의 정체된 반면 지급이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저축⋅투자의 패턴이 변하면서 저축률 통계가 크게 떨어진 것이지 실제 국민들의 소비 및 저축성향은 우려하는 것처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민들의 저축 및 투자가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큰 숙제이다. 다만 정부가 가계저축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한편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일종의 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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