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초반인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파동과 검찰의 '채동욱ㆍ윤석열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전직 기무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인사 배경에 불만을 표출하는 등 정도와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기관 핵심인사들의 도미노식 항명 사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 장악력이 가장 강할 때 이런 인사파동이 생기는 데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박 대통령의 하드파워(hard power) 일변도의 리더십이 권력에 민감한 기관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현 정부 들어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수직적 국정운영에 따른 문제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 특히 권력기관에서는 내부의 의사결정 체계나 조직 논리와 상충되는 상의하달식 지시를 받게 되면 반발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 사회에서는 어느 조직이나 쌍방형 리더십을 갖고 소통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의 경우 일방적 지시형 리더십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며 "일련의 권력기관장들의 불만 표시는 내부 상황이 감안되지 않은 윗선의 지시에 대한 반발"이라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대목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리더십이 변화된 공직사회 분위기와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공직사회도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화 흐름과 맞물려 과거처럼 소수의 정권 실세에 의해 좌우되는 것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대통령의 권위 자체가 많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아왔다"며 "국정운영도 통제 중심의 지시보다는 소통과 대화를 통한 관리 중심의 문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도 "사회 구조가 상당히 민주화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권력기관의 핵심인사들이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불만이 있으면 적극 표현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파문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해석했다. 그는 "장 전 사령관의 경우 보직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6개월 만에 교체가 이뤄졌는데도 당사자의 소명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며 "이는 결국 절차를 무시한 채 윗선이 일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인식을 줬기 때문에 자연스레 불만이 표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의 주요 포스트에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완해줄 수 있는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각종 인사 논란과 공안정국 조성의 배후인물로 거론될 만큼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반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정홍원 국무총리는 존재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최 소장은 "소프트한 리더십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진짜 참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점과 남성 중심 문화에 익숙한 권력기관의 특성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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