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는 취지로 시행된 '서울시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제도가 정작 스카우트(도우미)들의 안전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뉴딜형 일자리 정책 중 하나인 여성안심귀가서비스는 스카우트가 혼자 집에 가는 것이 두려운 여성을 집 앞까지 동행해주는 제도다. 6월 4일 첫 시행 후 현재까지 1만5,000여 명이 이용하는 등 반응이 좋은데다 순찰로 범죄예방 효과까지 부수적으로 얻고 있다.
하지만 정작 스카우트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돼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체 495명 중 350여명이 여성인데다 스카우트 안전에 관한 장치와 지원제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8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1시까지 마포구 소속 안심귀가스카우트 한미경(50), 허병순(49)씨를 동행해보니 이들은 흔한 전기충격기도 없이 순찰 중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인 휴대전화로 경찰지구대에 신고해야 했다.
평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합정동 일대 여성들의 귀가를 돕고 순찰하는 것이 두 사람의 업무. 이들은 이날 밤 10시 20분부터 20여분 가량 귀가서비스를 신청한 장수빈(17)양의 귀가를 도운 뒤 곧바로 순찰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두 사람에게 지급한 호신용 장비는 30cm짜리 경광봉과 호루라기가 전부였다. 2인1조로 근무한다 해도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와 성산초등학교 일대처럼 좁고 후미진 골목길이 많은 곳에서는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한씨는 "몇 달 간 같은 곳을 순찰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면서도 "가로등 없는 다세대 주택을 지날 때 아직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특히 새벽 1시 혼자 퇴근할 때면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허씨는 "제복이 경고효과를 주기 때문에 큰 위험을 없다"고 말했지만 근무가 끝난 새벽 1시 이후에는 스카우트 제복 착용이 금지되는데다, 함께 근무하는 도우미와 집 방향이 달라 밤길을 혼자 다녀야 했다.
허씨는 지난 달 퇴근길에 옷이 벗겨진 채 정신을 잃은 여성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후,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남성에게서 경찰에 신고 했다는 이유로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범죄예방효과는 분명하지만, 스카우트 신변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스카우트들은 경찰청 지구대와 연계해 활동하도록 체계를 정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급상황 시 지구대 순찰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지구대 보호를 받으며 퇴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마포구 소속 한 스카우트는 "합정동 일대는 지구대와 관계가 좋아서 스카우트가 전화하면 우선 출동하는 등 배려해주지만, 지구대와 관계가 좋지 않은 스카우트들은 고충이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위급상황 시 경찰 지구대와 바로 연계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뚜렷하게 개선된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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