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의회가 시민들의 반대 의견을 외면한 채 일조권 침해 논란이 큰 건축조례를 개정한 직후 해외연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충주시의회에 따르면 문제의 건축조례안 개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송석호 의원을 비롯한 총무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4박 5일 일정의 중국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의원들은 우호교류를 맺은 중국 허난(河南)성 자오주어(焦作)시 등 2개 도시를 방문해 유적지 등을 둘러봤다. 1인당 연수비용 180만원은 전액 의회가 지원했다. 시의회측은 "양측의 우호관계를 다지고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연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수 시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시의회가 24일 본회의에서 건축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지역 전체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럽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아파트를 건축할 때 북쪽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띄우는 이격거리를 건축물 높이의 1배에서 0.5배로 축소하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용적률 증가로 아파트를 지으려는 사업자들이 늘어나 도심공동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개정안을 발의한 송 의원의 주장이다. 송 의원은 충주의료원 이전으로 공동화가 우려되는 문화동이 지역구다.
하지만 시민 단체들은 조례 개정으로 아파트와 인근 주택과의 거리가 좁아져 일조권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충주지역 50여개 시민ㆍ사회단체가 참여한 충주발전시민연대는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 없이 조례안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시의원들의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종배 충주시장에게는 재의 요구를 촉구했다.
시민연대가 28일 개최한 시민토론회에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자 시민들의 반발은 더 커졌다. 토론회는 찬반 양측이 발제문을 발표한 뒤 공개토론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찬성파 시의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렇게 조례 개정을 둘러싼 진통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나자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시민연대 조성빈 사무국장은 "시민들의 주거환경 문제를 의견수렴 없이 시의원 몇 명이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연수를 포기하고 공감대 형성에 나섰어야 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일선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는 "엄청난 일을 벌여놓고 나몰라라 연수를 떠난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연수를 연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 달 전에 결정된 일정인데다 갑자기 취소할 경우 외교상 결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건축조례 개정과 관련해 충주시는"16년 동안 기존 조례가 유지되면서 아파트 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답해 재의 요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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