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귀하신 젖소들… 간식 '미네랄 블록'까지 대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귀하신 젖소들… 간식 '미네랄 블록'까지 대접

입력
2013.11.01 18:31
0 0

전북 고창군 대산면 유기농 우유 생산지인 상하금성목장. 3,300㎡의 축사에 85마리의 젖소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다. 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육성우(어린 젖소), 임신 중이라 2개월간 우유를 짜지 않는 건유우, 새끼를 낳고 난 뒤 젖을 내는 착유우가 각각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축사 뒤편에는 1,500㎡에 달하는 방목장이 있는데 젖소들은 자유롭게 들락날락 할 수 있지만 주로 햇볕이 있는 오전에 나간다고 한다. 송아지들은 사람이 가면 우유를 주는 줄 아는지 유독 따른다. 넓은 공간에 천장도 높아 통풍이 잘 돼서인지 퇴비냄새도 심하지 않다.

23년간 일반목장, 5년간 유기농 목장을 운영해온 오금열 사장은 "공기, 온도, 습도가 맞아 떨어져야 곰팡이가 생기고 냄새가 나는데 이곳은 공기가 잘 통하고 건조하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유기농 목장은 사료, 용수, 초지, 축사, 동물치료 등 모든 게 까다롭게 관리된다"고 말했다. 고창군에는 오 사장 이외에도 14명의 유기농 젖소 목장주들이 있다.

고창군에 유기농 목장이 자리잡은 것은 고창군과 낙농가, 매일유업이 2005년 유기농 우유를 공동 개발하면서부터다. 고창은 게르만 성분이 함유된 무기질 황토에 적당한 강우량, 해풍 등 유기농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춰 선택됐는데, 지난 5월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고창군은 예산을 편성해 유기농 우유 사업을 정책적으로 후원했고, 매일유업은 목장주들이 생산한 원유를 모두 사들여 목장주들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기농 우유를 얻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3년 이상 휴지기를 거치며 화학비료, 제초제 등화학 성분을 완전히 제거한 유기농 초지를 조성해야 한다. 때문에 2005년부터 유기농 우유 사업을 시작했지만 매일유업이 실제 유기농 우유를 출시한 것은 2008년부터다.

젖소들이 먹는 것도 다르다. 오 사장은 젖소들에게 직접 약 9만,9000㎡의 초지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풀뿐 아니라 수입산 알파파 건초,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알곡이 농축된 배합사료를 섞어 먹이고 염분이 부족할 수 있어 '미네랄 블록'을 만들어 간식으로 준다. 물도 2급수 이상 깨끗한 물만 먹인다.

또 일반 젖소와 달리 한 마리 당 축사면적은 17.3㎡, 운동장은 34.6㎡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오 사장은 "밀집사육이 아니다 보니 질병에 걸리지도 않지만 항생제를 투여하더라도 일반 우우뷰다 2배인 150시간이 지나야 착유할 수 있고, 검사소에 의뢰한 후 납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매일 두 번 상하목장 14곳에서 거둔 원유는 근처에 위치한 매일유업 상하공장으로 배달된다. 하루에 생산하는 우유는 30톤으로 2008년 당시 13톤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일반 우유가 135도에서 3초간 살균하는 것과 달리 75도에서 15초간 살균해 단백질과 영양소 파괴가 적고 우유 본연의 맛을 살렸다. 이를 장기 보전하기 위해 세균과 미생물을 99.9% 제거하는 '마이크로 필터레이션(세균거름망·MF)' 공법을 도입했다. 문용준 공장장은 "별도의 유기농 우유 제조라인을 만드는데 100억원의 시설 투자를 했다"며 "MF공법과 ESL(무균화)시스템을 적용해 2차 오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늦어도 2015년 고창군과 함께 공장일대를 농어촌 테마공원으로 꾸며 인근 농민들이 친환경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 유기농 우유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낙농가수는 약 5,900농가, 이 가운데 유기 낙농가는 0.8%수준인 46개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최대 25%, 독일은 8.4%의 유기농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우유가 정체인 것과 달리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유(시중에 내놓는 우유)는 10년전과 큰 차이 없이 정체된 상황이지만 유기농 우유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2005년 2300ℓ, 2007년 8,700ℓ에 불과했지만 대형 유업체들이 뛰어들며 지난 해 8만6,407ℓ로 크게 늘었다. 유기농 우유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해 2009년 250억원에서 올해는 약 4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고창=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